[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실적 호조와 시장 금리 상승에 힘입은 미국 은행주들이 랠리를 벌였다. 하지만 이 랠리가 단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은행권에 영향을 미칠 유럽 은행 문제가 여전히 잠복해있고 실적 호조는 일부 사업에만 국한돼 장기적으로 상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ACG애널리틱스의 래리 맥도날드 미국 매크로 전략가 헤드는 "올해 3분기 미국 은행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수익률 곡선을 더 가파르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 덕분에 꽤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며 "하지만, 이런 낙관론은 반드시 장기적인 긍정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CNBC뉴스와 인터뷰했다.
지난 19일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 JP모간, 웰스파고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까지 미국 대형 상업은행들의 주가로 구성된 KBW나스닥은행지수는 한 주간 3% 넘게 상승했다.
KBW나스닥은행지수 <자료=구글> |
그러나 맥도날드 분석가는 분기 실적보다 유럽 은행 문제가 미국 은행 주가에 더 큰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은행들의 하방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형 은행) 주가는 유럽 은행권 문제와 더 많은 관련성이 있다"며 "지난 몇 주간 시장을 지배했던 도이체방크 문제가 다시 돌아오면, 미국 금융주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미국 법무부는 도이체방크에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불완전 판매 혐의로 14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자본 건전성 문제가 대두됐고, 최근 독일 정부가 은행의 증자 참여 가능성을 일축함에 따라 도이체방크 위기론은 다시 표면화됐다.
은행주 랠리가 시장의 실적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이 같은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또 실적 개선은 일부 사업 개선에 기인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장기 랠리를 지지할 만한 요인이 없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은행의 실적 호조는 트레이딩 매출 증가 요인이 컸다"며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같은 일회성 요인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은행주에 대한 낙관론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상승이 꾸준히 이어지고, 변동성이 나타나면 실적 개선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변화, 금리 상승, 변동성이 지속한다면, 실적 개선은 계속될 수 있다"며 "다음 분기 실적도 좋아져 내년에는 순익이 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앞으로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