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1억에서 많게는 2억원이 붙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은 분양가에서 5000만원만 더 주면 살 수 있겠더라고요.”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는 주부 A씨)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이 교육 때문에 입주를 생각하고 있는데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요. 아직 정부 규제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이렇게 꺾이니 말입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B씨)
평균 33.6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청약 마감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견본주택 <사진=최주은 기자> |
정부가 주택시장 과열에 대해 규제를 선언하자 강남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강남 분양권 시장 규제 예고 중심에 있는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타격이 크다. 거래가 안 될뿐더러 분양권 가격도 분양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래미안 블레스트지는 삼성물산이 강남구 개포동에서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아파트다.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시점은 지난 12일이다. 이어 이틀 뒤인 14일 정부는 보금자리론 대출 제한을 발표했으며 16일에는 강남권을 대상으로 한 분양권 전매 규제가 예고됐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지난 12일 전매제한에서 풀린 이후 열흘 동안 일반 분양 물량의 1.3%가 거래됐다. 일반 분양 물량 396가구 중 5건이 거래된 것.
반면 ‘신반포자이’(일반분양 153가구)와 ‘송파 헬리오시티’(일반분양 1558가구)는 전매제한 해제 후 열흘 동안 각각 일반 분양 물량의 37.3%(57건), 10.8%(169건)가 거래됐다. 이들 단지의 분양권 거래량을 볼 때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크게 위축된 셈이다.
전매제한 해제 직전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웃돈도 저조하다. 최근 거래된 전용면적 84㎡(35층) 분양권은 14억19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13억9900만원)보다 2000만원 높은 수준이다. 전용 126㎡(17층)는 18억8400만원에 팔렸다. 분양가가 18억~1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 수준에 팔린 셈이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이 많이 붙는 것으로 알려진 작은 면적 주택형도 예외는 아니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49㎡(6층)는 지난 20일 9억16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는 8억7200만원으로 4400만원 가량 웃돈이 붙은 셈이다. 분양 계약 직후 전용면적 49㎡는 인기 주택형으로 웃돈이 1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점쳐졌다.
시장에선 이처럼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낮은 분양권 프리미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지적된다. 실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만료를 앞둔 10월 초순만 하더라도 전용면적 84㎡의 경우 프리미엄이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 문의도 많아도 팔려는 사람이 없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 등 규제 방침을 밝힌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은 줄고 오히려 매도 희망자들이 많아졌다. 호가가 급락하면서 분양권은 분양가 수준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과 내년 1월 각각 전매제한이 해제되는 ‘래미안 루체하임’(삼성물산, 일원 현대 재건축)과 ‘디에이치 아너힐즈’(현대건설, 개포주공3단지)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분양권 거래 위축과 웃돈 급락이 이들 단지 분양권 가격 동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요 규제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이들 기존 분양 아파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만큼 분양권 거래시장은 위축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팀장은 “무리하게 건설경기를 꺾지 않으려는 게 정부의 의지여서 시장의 큰 변화는 예상되지 않는다”며 “향후 분양권 거래 시장 향방에 대해서는 정부 규제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강남을 비롯한 주택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