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봄이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비선실세'로 불린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 열람했다는 의혹 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블랙홀'에 대한 관심은 이제 국정조사나 특검 착수와 정보 유출 불법 논란 및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 사후처리에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하고 필요하면 특검까지 해서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특검을 포함한 성역 없는 수사로 짓밟힌 국민들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 박근혜 대통령도 당연히 수사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와 내각 총사퇴까지 요구했다.
여당 내에서도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서강대 특강에서 "최순실 씨에 대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 한다"며 "헌법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강남에 사는 웬 아주머니가 대통령 연설을 뜯어고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강남 사는 아주머니란 바로 최씨를 말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등에 관련된 검찰 수사는 형법상 공무상 비밀 누설죄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연설문을 사전 입수했다는 의혹을 인정,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텔레비전에 중계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모습. <사진=뉴시스> |
대통령기록물은 관련 법률에서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이나 보좌진이 생산하고 보유한 모든 기록물을 말한다. 법 14조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 기록물을 파기, 손상, 은닉, 멸실 또는 유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연설문이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는지, 발언 이전에 외부로 유출했다면 처벌할 수 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김태현 변호사는 "판례상 완성되지 않은 연설문은 대통령 기록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비공개 외교·안보 문건, 회담 시나리오 등은 당연히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므로 이를 외부에 유출했을 경우, 비밀누설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개한 연설문이라고 해도 발언 이전에 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내용을 누설했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경우 연설문을 전달한 사람과 열람한 사람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 죄는 공무원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로 처벌한다고 돼 있다.
법원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서 조응천 전 비서관과 함께 기소됐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출신 박관천 경정에 대해 1, 2심에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는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JTBC는 이날 '뉴스룸'을 통해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경호처장 출신별 장단점, 후보군, 정보조직 개편안까지 보고 받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나눈 비공개 회담 시나리오까지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전날에도 최씨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비우며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며 두고 간 컴퓨터에서 박 대통령 연설문 44개를 포함해 200여 개의 파일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팀은 이 태블릿PC 한 대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이날 대통령 연설문을 연설 날짜보다 수일 미리 개인에게 유출해 대통령기록물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근혜 대통령과 보좌진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