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정부가 대우조선을 '살리기'로 가닥을 세웠지만 앞으로 공적자금 투입없이 자력으로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적다. 유동성 문제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10월 4조2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키로 한 지 불과 1년 만에 대우조선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조선 구조조정 컨설팅을 담당한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대우조선의 자력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대우조선은 자구안을 앞당겨 설비와 인력 감축, 분사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대우조선> |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서울 정부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차 경제현안점검회의를 갖고 '빅3'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대우조선을 정상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오는 31일 발표될 예정이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중심의 2강·1중 체제는 실리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구조조정 핵심인 대우조선을 M&A 방식으로 분리하는 대신 현 체제를 유지키로 방향을 잡았다. 인위적인 재편은 하지 않기로 한 것.
다만 각 조선사들이 가진 강점대로 사업군을 지원하는 방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상선,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대우조선은 LNG선과 특수선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완전자본잠식 문제는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출자전환으로 해결될 전망이다. 감자와 출자전환 규모 등 구체적인 방안은 내달 중 발표된다.
올해 상반기 1조1894억원의 순손실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대우조선은 현재 부채비율만 7000%를 넘어서 내년 2월 안으로 출자전환을 해야지만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산은은 출자전환·유상증자 2조원, 신규대출 6000억원 등으로 2조6000억원을, 수은이 신규대출로 1조6000억원을 대우조선에 지원하면서 출자전환 액수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1조원대 소난골 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출자전환 액수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2013년 소난골로부터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2기를 수주한 대우조선은 인도 기한을 9월 말로 잠정 협의했으나 10월 말인 현재까지도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주난은 유동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신규수주도 13억달러에 그쳐 당초 목표치(62억달러)의 21%에 머물고 있다. 연말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선 올해 목표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갚아야 할 회사채 만기는 내년 4월(9400억원)부터 도래하며 2018년 3500억원, 2019년 600억원 등으로 복합적인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설비·인력을 30%씩 줄이겠다는 대우조선 자구계획을 내후년인 2018년까지 앞당기기로 했다.
이미 대우조선은 생산직과 연봉직을 합쳐 1000명의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으며 이중 절반이 신청서를 냈다.
분사에도 속도를 내 2000명을 떠나보낼 방침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의 인력은 연내 1만명 이하로 축소된다.
기존 5개의 플로팅 도크 중 2기를 매각했고 나머지 3기를 포함한 설비 등도 정리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리스크가 큰 설계·조달·시공(EPC) 해양사업도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노조는 "국가경제를 견인한 조선산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사양산업으로 인식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4자 협의체(노조, 회사, 채권단, 정부)를 구성하고, 조선산업 지원육성정책과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이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나머지 빅3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자력생존'에 초점을 두고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생산직과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해양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를 분사할 계획을 세웠다.
삼성중공업도 상반기 구조조정으로 인력감축을 실시했으며 내달 유상증자로 1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