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광수 기자] 통합 KB증권 수장으로 '윤경은·전병조' 각자대표 체제를 택한 KB금융지주의 이번 결정을 두고 회사 안팎에선 '안정과 현실'을 적절히 고려한 결정이란 분석이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임직원들 동요를 최소화해 안정적인 조직 통합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대표이사 임기 또한 내년말까지로 1년에 그쳐 추후 선택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B금융은 전날 이사회를 통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을 결정하고, 내년 출범 예정인 통합 KB증권의 초대 대표로 현재 각 사 대표인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을 각자 복수 대표 체제로 운영키로 했다. 업무 분장도 이날 이사회를 통해 결정됐다. 윤경은 사장이 WM과 S&T(세일즈앤트레이딩), 경영관리 전반을 담당한다. 전병조 사장은 IB와 Wholesale을 맡게 됐다.
특히 이번 결정에는 각자 대표체제가 KB금융지주와 같은 지주회사 체제에 보다 유리하다는 분석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인사 담당 간부는 "인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각자 각자대표가 지주입장에서는 더 나은 선택"이라며 "단독 대표일 경우 만약 지주의 방침과 충돌되면 풀어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각자 체제일 경우에 경쟁을 유발하고 소통하기 유리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의 현대증권과 KB금융지주 본사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앞서 합병작업을 진행 중인 미래에셋대우의 사례를 참고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현대증권 한 관계자는 "앞서 합병작업을 진행 중인 미래에셋대우가 각자대표 3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안다"며 "자기자본 규모가 커지면서 역할 분담을 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각자 전문성을 살려 수익을 많이 창출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특히 피인수 기업의 대표인 윤경은 사장에 대해선 경영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전언이다. 양사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현대증권 직원들 나름의 피해의식도 있어 이를 달래는 효과도 있고, 강성으로 손꼽히는 현대증권 노조와의 협상 테이블을 경험한 윤 사장을 경영관리 적격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 밖에 최근 2~3년 동안 현대증권이 진행한 부동산 관련 딜(deal)에 대한 책임과 마무리 등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 분석이다.
또 윤경은·전병조 복수 대표의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때문에 KB금융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은 선택이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판단을 유보했을 것'이란 분석에 대해선 일축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KB증권을 굴지의 증권사로 살리기 위해서 같이 협력하는 것이지 1년동안 시간을 끌자는 게 아니다"며 "영업과 조직관리를 잘하는 윤경은 사장과 IB를 꾸준히 해온 전병조 사장이 시너지를 내는 게 포인트"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