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외화 곶간을 더 채우도록 주문했다. 당국은 3개월 기준 외화유동성비율을 보조하기 위해 내년부터 적용키로 한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사실상 조기에 적용한다. 일부 은행들은 외화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외화유동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브렉시트 여진과 미국 대선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의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은행들이 유화유동성 상황을 재점검하고 고유동성 외화자산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외화건전성을 재점검하고 비상조달 계획 등을 점검키로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외화담당 임원들과 만나 현장지도에도 나선다.
은행의 외화 사정을 보여주는 3개월 기준 외화유동성비율을 보면 모든 은행이 100%를 넘겨 금감원 기준인 85%보다도 훨씬 여유가 있다. 외화유동성비율은 만기가 3개월 내에 돌아오는 외화자산(외화예금, 외화채권 등) 대비 외화부채 규모로, 100%를 넘는다는 것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다는 의미이다.
10월말 기준으로 가장 낮은 은행은 KEB하나은행이 102%, 기업은행 103%였다. 이어 대구은행 105% 부산은행 108% 농협은행 108% 신한은행 109% 순이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118%, 116%로 110%를 상회했다.
적정기준을 상회하지만 금융당국이 외화 확충을 주문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하는 비상시에 대응하기에는 2% 부족해서다.
이 때문에 고유동성 외화자산 확충을 요구해 외화LCR 비율을 사실상 올해 말에 달성할 것을 주문했다. 고유동성 외화자산이란 외화예금 등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외화다. 이 자산 규모를 부채대비 2017년 60%, 2018년 70%, 2019년까지 최종적으로 80%까지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 현재 은행권 평균 50%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직전 18개 은행 외화유동성비율은 101.1%였다. 그럼에도 당시 모 시중은행은 불과 미화 500만 달러가 부족해 해외금융회사에 ‘백지 금리’를 제시해서야 외화를 빌리는 굴욕을 겪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 연구실장은 “외화LCR 비율은 내년에 적용되지만 은행들이 미리 규제로 인식해 여유가 있도록 맞추고 있다”면서도 “일시적 변동성에 의해 CDS프리미엄이 상승하는 등 외화시장이 불안할 가능성이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