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데 대해 대다수 중국 네티즌은 드라마틱한 이벤트로 받아들이며 흥미를 표시하고 있다.
중국에선 미국의 대선 투표 시스템이 생소할뿐더러 ‘이단아 캐릭터’인 트럼프의 예측하기 힘든 향후 정치 행보가 중국인에게 색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중국시간 9일 오후 2시 30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는 ‘트럼프가 이겼다’가 1위, ‘미국대선’이 7위에 올랐다. 바이두 인기검색어 순위에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확정’이 3위에 오르며 트럼프와 미국 대선에 대한 중국인의 높은 관심이 나타났다.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을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우세 소식이 전해지던 9일 12시께(중국 시간) 중국인 수천명이 참여한 한 현지 온라인 앙케이트에서 네티즌 42%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단 10%만이 힐러리를 지지했다.
해당 앙케이트 설문지에는 트럼프를 ‘정신병자’로, 힐러리를 ‘독설가’로 묘사하고 있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창에서도 트럼프는 ‘미친자’, 힐러리는 ‘사기꾼’으로 칭하는 네티즌이 자주 목격된다.
두 후보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시선은 대개 부정적이지만 그 동안 쉽게 볼 수 없던 유형인 ‘괴짜’ 트럼프에게 더욱 끌리는 모습이다. 한 네티즌은 “변화는 트럼프, 현상유지는 힐러리”라며 “세상은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밝혔다.
물론 트럼프 정권을 두고 “미국인이 대통령을 얘기할 때마다 치욕감을 느낄 4년”으로 묘사하는 게시글도 상당한 공감을 얻었다. 해당 웨이보 게시글에는 7000건이 넘는 ‘좋아요’가 몰리며 중국을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트럼프에 대한 불안감 혹은 불만이 표출됐다.
미국 대선 시스템 자체를 민주적이라며 부러워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중국 네티즌은 “우리는 선거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 채 국가 주석을 맞이한다”며 중국은 참 ‘민주적’이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도 “우린 촌장 하나도 우리 손으로 못 뽑는다”며 씁쓸해했다.
반대로 대선 투표가 없는 중국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반응도 많았다. “중국에 국민투표제가 있다면 리이펑이나 우이판 같은 인기 연예인이 당선됐을 것”이라는 댓글이 수천건의 추천을 받았다.
“오바마는 은퇴 후 중국에서 인터넷 방송 BJ로 데뷔하면 왕훙(인터넷 스타)이 될 수 있을텐데”라는 댓글도 수많은 추천을 받았다.
대다수 SNS 게시글, 댓글들을 봐도 미국 대선 결과가 본인(중국인)들의 삶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주식, 채권 투자자, 금융업계 종사자, 미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만이 트럼프 당선에 따른 영향 분석에 분주한 모습이다.
실제로 한 네티즌은 “트럼프 당선으로 금값이 오르든, 주식시장이 폭락하든 서민인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대선 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중국 경제 전문가들이 당초 트럼프가 당선되면 금값이 오르고,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면 군수 방산 관련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 것에 대한 입장을 내보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사진=바이두> |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