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당선 시 자국을 위해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천명해 온 탓에 미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로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는 9일 미국 현지 학계, 업계 전문가, 국내 진출기업 등과 인터뷰를 통해 작성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 시 한국 자동차 산업 전망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코트라는 트럼프가 미국 국익에 대해 최우선주의를 강조해 온 만큼, 한미FTA의 재협상을 요청하는 등 통상 압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이 자동차를 비롯해 철강, 섬유 등 산업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견지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미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을 주장해왔다. 특히, 한미FTA를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며 한국과의 무역 관계를 비판하는 등 자국 최우선주의를 수차례 강조해왔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트럼프가 한미FTA에 손을 댈 경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출에 즉각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수출 선적 모습<사진=현대차> |
현대차·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138만8000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54%인 75만대를 현지에서 생산했다. 나머지 46%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했다. 미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대차가 18%, 기아차 25%다. 트럼프가 한미FTA를 수정한다면, 국내 생산 수출분에 대해 관세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보다 당장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기아차는 지난 9월 연산 40만대 규모의 멕시코 공장을 준공하면서 대미 수출을 위한 전략 기지로 활용할 방침이었는데, 트럼프가 이미 멕시코산 생산품에 대해 35% 과세를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차에 대해선 과세율을 높이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대미 수출의 25%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붙는 승용차 관세(2.5%)가 올해부터 철폐됐다. 수출 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현지 시장에서 우리나라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2.5% 관세도 한미FTA 직전 기준인 탓에 더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로선 또 하나의 ‘악재’를 맞이한 셈”이라며 “자동차 수출 및 관련 부품 수출 등에서 비용 증가가 생길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트럼프와 함께 클린턴도 자국 보호주의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예단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트럼프의 외교 공약은 (미국에) 협력하는 국가는 보상을, 협력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내세운 만큼,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입차 업계에선 미국산 수입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산 수입차는 한미FTA 발효 이후 갈수록 증가세다. 지난해 미국에서 수입한 자동차는 총 5만대에 달하는데, 이는 한미FTA 직전인 2011년 1만3000여대 대비 약 3.5배 증가한 규모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들여오는 차는 무관세이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으로 수출 물량을 더 늘리는 등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브랜드 자동차와 미국 공장에서 제조하는 일본차와 독일차 등이 수혜볼 가능성이 있다. 쉐보레 일부 차종을 수입해 국내 판매하는 한국지엠도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