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예상 밖 승리보다 9일 뉴욕증시의 랠리가 더 커다란 ‘서프라이즈’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선거 막판까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던 여론 조사와 함께 대선 결과 이후 주가 향방에 대한 월가의 전망 역시 보기 좋게 빗나간 셈.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이날 약세로 출발한 뉴욕증시는 1% 가량 상승 반전, 8일 밤 대선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다우존스 지수 선물이 폭락했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선거에 앞서 월가의 투자 구루들은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흉흉한 전망을 앞다퉈 내놓았다. 이와 함께 주가와 달러화가 동반 폭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투자가들의 잿빛 전망과 달리 이날 장중 다우존스 지수가 180포인트 급등하며 1만8500선으로 뛰었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0.7%와 0.5%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일제히 1%를 웃도는 랠리를 펼쳤고, 엔화의 상승폭은 0.57%로 주저앉으며 달러/엔 환율이 106엔에 근접했다.
다만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bp 이상 치솟으며 2% 선에 진입,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반영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뉴욕증시가 이른바 ‘블랙스완’과 상반되는 움직임을 연출하자 투자자들은 뜻밖이라는 표정이다.
월가 투자은행(IB)은 투자자들이 막연한 공포 심리에 휘둘리지 않고 대선 결과에 따른 호재에 집중,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딩’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사진=블룸버그> |
세금 인하와 재정 지출 확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 트럼프 당선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매매에 반영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섹터별 주가 등락이 명확하게 엇갈린 점을 감안할 때 트레이더들은 대선 결과 자체보다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에 따른 명암을 가려내는 데 무게를 두고 미시적인 접근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오펜하이머펀드의 크리쉬나 메마니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대선 이후 단기적으로 증시가 커다란 변동성을 보일 여지가 높지만 재정 확대로 인해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이날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워드 맥카시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보호 무역주의와 이민 정책 등 부정적인 측면에 시선을 고정해던 투자자들이 인프라 투자 확대와 세금 인하를 포함한 호재에 무게를 옮겼다”며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성격이라는 점을 감안해 선거 기간에 제시한 모든 공약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골드만 삭스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의 신임 대통령 취임이 S&P500 지수에 중립적인 변수일 뿐 주가 방향에 쏠림 현상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캐서린 브룩스 씨티 인덱스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크게 높인 것이 사실이지만 투자자들은 낙관하는 모습”이라며 “대선 승리가 확정된 뒤 수락 연설에서 그가 회유하는 목소리를 낸 데 따른 반응이거나 아니면 예상 밖 결과를 주가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투자자들이 방향을 잡지 못한 데 따른 상승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줄리안 제솝 캐피탈 이코노믹스 전략가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금융시장의 급반전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이번에도 같은 상황을 겨냥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대선 후 첫날 뉴욕증시가 의외로 강한 내성을 보였지만 월가 IB들은 당분간 변동성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