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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재정 억제 시대 끝… 뉴딜+레이거노믹스 혼합

기사등록 : 2016-11-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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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금융위기 후 미국 경제 침체… 흑묘백묘론
재정적자 우려, 완전고용 하 토목공사 한계론 지적도

[뉴스핌=김사헌 기자] "레이건 대통령이 재정적자는 더이상 문제가 아니란걸 증명한 거 아닙니까." 과거 공화당 부시 정부의 실세인 딕 체니 부통령이 폴 오닐 재무장관에게 던진 말이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나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한 번 재정적자가 문제가 아니란 사실을 입증하려 하고 있다. 11일 자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긴축재정 시절이 막을 내린 것 같다"고 논평했다.

'다시 위대한 미국 건설'에 표를 던진 미국인들. 기성 질서의 정부 정책이 위기 이후 빈부 격차를 더 확대하고, 지독한 부채 축소와 긴축 재정이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자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름표 없는 부동산 재벌의 과거 향수를 부르는 '레이거노믹스의 부활' 주장, 이른바 재정지출을 통한 '공급 경제학'이 다시 미국 사회를 지배하게 됐다. 고립주의와 군비 양성은 고전적인 중상주의 정책과 신보수주의를 표방한다.

◆ 뉴노멀 미국 경제 위기가 낳은 모순덩어리 경제정책

로널드 레이건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인의 새로운 선택지가 얼핏 모순된 두 머리의 짐승처럼 기괴한 모양을 한 일차적인 까닭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한 미국 경제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미국은 장기 저성장 시대, 이른바 '뉴노멀' 시대에 살고 있다.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이 경기 침체를 막아내면서 금리 정상화가 진행 중이며, 과도한 재정적자로 인해 긴축재정 기조가 이어져왔다.

활력이 떨어진 침체의 시대에 향수가 담긴 과거 수요 진작 및 공급 경제학 논리에 기반한 각종 포퓰리스트 정책이 등장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정책, 이른바 '트럼프노믹스'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1조달러(12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미국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계획과 개인 및 법인에 대한 대대적인 감세 그리고 금융규제 완화 정책이다. 이는 과거 케인지언 유효수요 창출 아이디어로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도입한 '뉴딜 정책' 하의 대규모 공공사업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40대 로널드 레이전 대통령이 추진한 공급주의 경제학에 기반한 대대적 감세와 규제완화, 안정적 금융정책 이른바 '레이거노믹스'을 전면에 내단 일종의 혼합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뉴딜 정책은 공황으로 위기에 직면한 미국 경제가 공산주의 방식을 피하면서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한 위기 대응 정책이었다고 평가된다. 이 때부터 작은 정부를 주창한 자유주의적 경제운용이 아닌 사회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혼합경제 정책이 보편화됐다.

이에 비해 레이거노믹스는 수요관리가 아닌 공급을 통한 수요 창출한다는 이른바 '공급의 경제학'에 기반한 것이다. 시카고학파가 주창한 자유주의 경쟁시장으로 공급과 수요의 자동균형 창출을 시도한 것이어서 뉴딜 정책과는 대조적이다.

이렇게 다른 성격의 정책이 '트럼프노믹스'에서는 당연한 듯이 결합되어 있다. 재정지출 확대는 분명해 보인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가 이제는 통화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으니 재정지출을 늘릴 때라고 컨센서스를 만든 상황이다. 내년 초 트럼프가 취임하고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만 동의하면, 곧바로 방대한 재정지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

도이체방크의 토르스텐 슬뢱 수석경제학자는 "과거 5~6년에 비해 재정정책이 다시 큰 테마로 부상할 것 같다"면서 "연준의 관점에서는 이런 재정지출은 곧 자연스럽게 완화정책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대규모 감세와 막대한 토목건설이 핵심

트럼프의 감세안은 공화당 내 반 트럼프파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계획보다 과격하다. '더 나은 길(a better way)라고 명명한 라이언 의장의 계획은 세제를 33% 세율까지 3단계로 간편하게 만들고,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위해 중소기업 법인세율을 25%까지 낮춘다는 것이었다.

<법인세율 15%로 단일화, 개인소득세도 경감>

트럼프의 세제는 최고 39.5%인 법인세율을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15%로 인하하고 해외소득에 대한 조세 유예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개인소득세는 라이언 의장의 그것과 유사하게 12%, 25% 및 33%의 3단계 구간을 만들고, 장기투자이익 세율을 0%, 15% 그리고 20%로 낮게 가져가게 했다. 40%에 달하는 상속세는 모두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불법이민자 추방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일자리, 성장 도모>

트럼프 당선인은 11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불법이민자를 추방하여 내국인의 일자리를 찾아오고, 또한 불법이민노동을 없애 임금 수준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미국 취업비자 대상 직군의 적정임금을 상향 조정하여 미국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 기회가 생기도록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가 당선된 이후 거리에 나선 시위대는 "내 가족과 친구가 이 나라를 떠나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의 임기 내에 1조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도로와 터널 병원 학교를 지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제시한 것보다 4배나 많은 규모다. 이를 위해 인프라 건설 채권을 발행하는 자금조달 계획도 제출했다.

<도드-프랭크법 폐지 등 금융규제 완화>

오바마 정부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도드-프랭크법을 도입하고, 월가의 위험투자를 억제하고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하고 금융회사의 자유로운 영업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 소비자금융보호청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준에 대해서는 투명성이 떨어진다면서 연례 감사를 실시하는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화석에너지의 활성화, 오바마케어 폐지>

트럼프 당선인은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정부의 환경 규제를 비판하고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를 더욱 많이 개발하는 식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는 이로써 장기간 경제성장과 세수 확대 기회가 열린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사기라면서 이를 파기하고 UN 지구온난화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납부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지구온난화 이론이 중국의 미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 오바마 정부의 주요 업적인 오바마케어를 전면 폐지하고 개인의 건강보헙 가입 의무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대신 건강보험료 전액 세액 공제와 해외약품 구매를 허용하는 소비자 약품 선택권보장권을 약속했다.

 

 

◆ 막대한 재정적자 유발.. 완전고용 하 토목공사 한계 비판

트럼프는 미국인의 분노에 맞춰 일관성이 없지만 인기 있는 경제정책을 마구 남발했다. 저금리가 좋다고 했다가 연방준비제도의 저금리가 문제란 식으로 말바꾸기도 그 중 하나다. 또 그는 오바마 정부 시절에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임기 동안 19조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다 갚아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해 미국 유권자 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과감한 인프라 투자 계획이 민주당의 그것과 닮았다고 한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대선 경쟁자의 인프라 투자는 전기차와 친환경 미래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인 반면, 트럼프 당선자의 투자는 도로와 다리, 터널, 공항, 학교, 병원과 같은 과거식 토목공사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제는 과감한 인프라 투자가 1조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점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경제전문가의 분석 모형에 따르면 트럼프식 감세 정책은 매년 1조달러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며 앞으로 10년 동안 무려 9조달러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2026년까지 최소 5조달러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 1년 국내총생산(GDP)이 18조달러다.

이렇게 막대한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대게 인플레이션과 대외조달 비용의 급등이라는 후유증이 남게 된다. 대신 중앙은행은 완화정책을 포기하고 보다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띌 수밖에 없다. 트럼프식 재정지출 확대는 자동적으로 미국 금리정상화를 넘어 고금리 정책으로 이행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것이란 트럼프의 주장은 이미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접어든 미국 경제에서 얼마나 유효한 것인지 논란도 제기된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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