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20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사업을 두고 SK(주) C&C와 맞대결을 예고했던 LG CNS가 수주전에서 발을 뺐다. 수익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입찰 마감 직전에 가격 문제를 내세운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입찰에서 고배를 마실 경우 LG CNS의 MDD(모델기반개발) 방법론에 대한 신뢰도 타격을 우려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CI=LG CNS> |
11일 IT 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산업은행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제안서 제출 마감일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컨소시엄 참여사들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LG CNS가 불참을 결정한 이유로 수익성을 내세웠다. 예산에 비해 과제 범위가 넓어 수익성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LG CNS 관계자는 "컨소시엄 파트너들과 가격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사와 신경전을 벌이며 해당 사업에 의지를 보였던 LG CNS가 막판에 수익성을 이유로 든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이 RFP(입찰제안요청서)를 송부한 것은 지난 9월 21일로 가격을 협의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LG CNS가 앞세운 MDD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방법론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MDD에선 모델만 만들어 놓으면 개발자가 일일이 소스 코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자동화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입찰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에도 LG CNS는 광주은행에 MDD 방식의 차세대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오픈했다며 자동화 기술을 강조했다.
수익성 문제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만큼 일각에선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컨소시엄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했거나, 입찰에서 떨어질 경우 최근 불거진 MDD 기술 이슈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 파트너사들이 제시한 가격이 높았지만 LG CNS가 이들을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파트너사들이 요구한 가격으로 입찰에 나와 고배를 마실 경우 타격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최근 LG CNS는 광주은행에 MDD 방식의 새 전산시스템을 오픈했지만 첫 날부터 인터넷뱅킹과 일부 신용카드 거래가 장애를 일으키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LG CNS 관계자는 "MDD 이슈와 이번 결정은 무관하다"면서 "컨소시엄 파트너사들과 논의를 지속해 최대한 이견을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IT 서비스 업계 종사자는 "올해 대형 수주전에 두 회사가 맞붙었는데 갑자기 LG CNS가 빠지면서 싱거운 싸움이 됐다"며 "산업은행도 재공고를 내야하는 만큼 계획했던 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한편 SK(주) C&C가 단독 응찰해 유찰될 경우 산업은행은 재공고를 내게 되며, 재공고마저 단독 신청으로 유찰될 경우 산업은행은 단독 입찰자를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