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세계 금융시장의 판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자를 축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뉴욕증시를 중심으로 ‘트럼프-온’ 혹은 ‘트럼프-오프’ 테마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테마로 자리잡으면서 대선 이전 시장 방향의 근간이 됐던 소위 ‘리스크-온/오프’의 개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얘기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대선 이후 열흘 가량 특정 정책 테마와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에 증시가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월가의 투자 구루들은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기대감에 따른 주가 랠리가 조만간 ‘트럼프 후유증’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을 근간으로 한 뉴욕증시의 섹터별 차별화가 이머징마켓에서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 같은 논리를 포트폴리오에 적극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흥국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은 17일(현지시각)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뉴욕증시의 단기 급등이 과도하다”며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가 워싱턴 정치권과 장기적인 불경기에 빠진 미국 경제를 바로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투자자들에게 심어 준 것이 사실이지만 말하자면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한 것일 뿐 최근 주가 랠리를 정당화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배런스의 기술적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칸 역시 이른바 ‘트럼프 랠리’가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는 공약들이 실제 이행될 것인지 여부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지켜볼 문제라는 것.
한편 이날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자문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칼럼을 통해 뉴욕증시에 비해 이머징마켓이 매력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다우존스 지수가 연이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우는 등 뉴욕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른 반면 신흥국은 주식부터 통화까지 보호 무역주의를 필두로 부정적인 공약으로 인해 ‘팔자’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엘-에리언은 정작 ‘트럼프-온’은 뉴욕증시가 아닌 이머징마켓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을 근거로 뉴욕증시에서 두드러진 섹터별 차별화와 달리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이 같은 옥석 가리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 보호 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우려로 신흥국의 기업 이익 성장과 거시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가 왜곡됐다고 엘-에리언은 주장했다.
금리 상승이 부채 규모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신흥국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높지만 뉴욕증시의 흐름에서 보듯 주가 밸류에이션에 가하는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엘-에리언은 국제 무역시장에서 강점을 갖는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자산에 대한 이머징마켓 주식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