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8일 대통령 선거 이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선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를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임기가 끝나기 전 물러날 뜻이 없으며, 통화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은 위험하다는 것.
선거 기간 트럼프 당선자가 자신과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며 대대적인 개혁 의사를 내비친 데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17일 의회 증언 중인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블룸버그> |
17일(현지시각) 열린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증언에서 옐런 의장은 자신의 거취와 통화정책 독립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시장의 관심은 12월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옐런 의장의 발언 이외에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자가 쏟아낸 공격적인 발언에 대한 반응에 집중됐다.
경기 진단과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옐런 의장의 입장은 앞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보다 정치적 사안과 앞으로 예상되는 재정 확대에 대한 대응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모아진 가운데 옐런 의장은 다소 송곳 같은 발언으로 대응했다.
임기 이전 물러나야 할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캐롤라인 멜로니 공화당 의원의 질의에 옐런 의장은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연준 의장으로서 임기는 상원에 의해 4년으로 확정된 사안이며,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의장으로서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기간 중 트럼프 당선자는 옐런 의장이 오바마 행정부를 돕기 위해 인위적으로 초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하며 연준 의장의 교체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옐런 의장의 임기는 2018년 1월 종료된다.
트럼프 당선자가 제시한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에 대해 그는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냈다.
옐런 의장은 “대대적인 재정 확대에 대한 발상은 현 시점으로서는 애매모호한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경제 정책이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제시되는 경우에 해당 정책이 고용이나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세금 인하와 인프라 투자 등 굵직한 공약에 대해 세부적인 복안을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옐런 의장은 이와 함께 연준의 독립성을 크게 강조했다. 통화정책에 정치 압박이 가해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기업의 투자 저하에 대해 연준의 정책 방향이 초래한 결과가 아니라고 그는 주장했다.
대선 이후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국채 수익률이 폭등했지만 옐런 의장은 향후 금리인상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그는 장기간 금리인상을 보류할 경우 발생할 리스크를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조기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언급해 12월 두 번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