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대통령 측이 유영하 변호인을 통해 검찰 조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이 대통령을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과 범죄를 공모한 '피의자'로 못박은 데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15일 오후 3시20분께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서울고등법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이성웅 기자> |
유영하 변호인은 20일 오후 기자들에게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는 사실이 아니다.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직접 조사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검찰 조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를 통해 "최순실, 안종범 전 정책조정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 3명을 각각 구속기소키로 결정했다"며 "박 대통령은 이들 피고인과 상당부분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은 이같은 발표가 있은지 약 6시간 만에 유 변호인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놨다.
유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해명에서 "검찰이 최씨 등을 기소했고 그 공소장에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시했는데,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법리를 적용, 결정하는 것이 수사임에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었다"고 비판했다.
또 "중립적인 특검의 엄격한 수사와 증거를 따지는 법정에서는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지고 말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고도 표현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재한 부분을 어느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유 변호인측 입장이다.
유 변호인은 이어 검찰이 최 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을 기소한 내용과 관련 대통령의 혐의를 일일히 부인했다.
그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 특정 개인이 대통령 '몰래' 이권을 얻으려고 했다면 이는 대통령과 무관한 개인 비리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잘못은 있으나 개인 축재 혹은 최순실을 도와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박 대통령 혐의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유 변호인은 실제 과거 정부에서도 각종 공익사업을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고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 자금 집행에서 감시·감독 구조가 있다는 점 또한 근거로 제시, 개인적으로 재산을 축적하려고 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물론, 모금 과정의 강제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인은 이에 따라 "대통령이 단 돈 1원의 개인적 이득도 취득하지 않은 사안에서 대통령을 주범인 것 처럼 단정하는 것은 증거관계나 법리를 도외시 한 억지 논리"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과 공모 혐의를 받은 '공무상 기밀누설'에 대해서는 "단순히 '최 씨에게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을 뿐 연설문 자체를 직접 보내라고 지시한 적은 없고 유출 경로 등도 대통령이 알지 못하고 있다"는 해명도 이어졌다. 연설문 작성을 위해 자문을 받는 게 업무범위 내 정당행위라는 주장이다.
유 변호인은 이 밖에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등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부당한 업무지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이같은 여러 이유에서 "검찰에 조사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부탁했는 데도 대통령의 해명도 듣지 않은 채 공소장에 '공범'처럼 기재한 것은 법정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대통령의 헌법적 특수성을 악용한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고도의 정치적 성격이 있는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임 중 '불소추특권'이 있는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하고 범죄사실과 증거관계를 자세히 공표한 것은 명백히 '피의사실공표'의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결국 검찰의 직접적인 조사에 응하지 않고 특별검사 수사를 준비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 측 변호인의 최종 입장이다.
유 변호인은 "검찰의 수사 및 소환, 기소 및 수사 결과 발표 과정을 보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요청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