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2008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은행이 실시한 직매입(단순매입)을 두고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이 불필요하게 개입해 국민 세금을 허공에 날렸다는 것이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며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현재 상황이 한은이 개입해야할 정도로 '패닉'이거나 '비정상'인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한은이 시장에 불필요한 소음(노이즈)을 양산했을 뿐 아니라, 안 좋은 선례를 남겨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주장이다.
한승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운영팀장은 22일 “(전일 한은의 단순매입이)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면서 “직전일에 비해 1~2bp 오른 수준에서 금리가 왔다갔다 하다가 한은 개입 이후 3bp 가량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전일 유통시장에서 국고채 1조27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한은이 RP담보용이 아닌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단순매입을 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초 매입 계획 규모(1조5000억원)에는 못 미쳤지만 효과는 쏠쏠했다. 한은의 개입 효과는 대략 10년물 기준 8bp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뒤집어보면 한은이 시중의 채권을 8bp 정도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미다. 이번 직매입을 통해 한은의 손실 규모는 6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 시장 참여자는 "혹시나 하고 언더(시장금리보다 낮게)로 4bp를 써 낸 종목까지 한은이 다 받아줬다"며 "입찰 결과가 예상을 뛰어넘으니 금리가 추가적으로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매일 금리가 오른 것도 아니고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적정 레벨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며 "한은이 다소 급하게 개입한 것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일시적으로 시장 금리가 한은의 기대대로 하락했지만 이 효과가 얼마나 갈지도 알 수 없다. 미국 국채 금리의 안정이 국내 채권시장 안정의 선결 조건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금리가 추가적으로 상승한다면 원화 채권 금리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고 결국 한은이 동원한 자금은 허공 속에 사라진다.
다른 시장 참여자는 "2013년 쇼크에 의해 시장이 패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개입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그 때와 달리 펀더멘탈이 변하면서 금리의 추세가 변하는 것이므로 한은의 개입 명분은 더 떨어진다"고 갸우뚱했다. 또 "과연 한은 내부적으로 지침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오히려 시장에 불필요한 기대감만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발 불확실성으로 미국채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만약 또 금리가 급등할 경우 시장은 한은만 쳐다볼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 참여자는 "더 큰 파도가 오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한은에게 묻고 싶다"며 "한은이 개입하지 않으면 이제는 시장에서 한은을 비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호의가 계속되면 (사람들은) 권리인 줄 안다"고 말했다.
한은 한 팀장은 "2013년에는 금리의 급등세가 장기간 계속되지 않았다"며 “또한 이번 조치는 금리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기간에 금리가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개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