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조만간 국회에선 헌정사상 두번째로 대통령 탄핵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 퇴진 불가론'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모자'로 규정하다보니 야권은 탄핵정국으로 돌입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탄핵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자연스레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현 상황이 비교되고 있다. 차이는 크다.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국정 농단 의혹과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시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이영렬 본부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탄핵 전 검찰 수사 유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검찰 수사 여부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을 근거로 탄핵 소추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에서 신당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였다. 이 때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 꼴",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등의 발언을 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중립성 위반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선관위의 경고에도 노 전 대통령은 사과를 거부했고 결국 그는 공무원 중립의무 위반,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위반 등을 사유로 소추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수사는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직을 박탈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는 아니다"라며 탄핵을 기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검찰수사를 받지 않았을 뿐 이미 검찰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과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피의자 신분이다.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이다.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경우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 내용은 헌재 판단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더욱이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다 특검이 시작되면서 추가로 드러날 사안들도 무시할 수 없다.
남경필(오른쪽)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해 새누리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국회는 누구편?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가 대통령에 대해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다만, 대통령 소속 정당의 의석수는 확연히 차이난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소속돼 있던 열린우리당 의석수는 47석에 불과했다. 반면 탄핵을 주도한 제 1야당 한나라당(144석)과 제 2야당 민주당(62석)의 의석수를 합하면 이미 재적 의원의 3분의2를 넘겨 탄핵소추안 결의가 가능한 상태였다.
결론적으론 재적 271명 중 195명이 투표에 나서 찬성 193표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소속된 새누리당의 경우 현재 122석을 보유 중이다. 야 3당을 합친 의석수는 166석으로 여소야대 정국이긴 하지만 재적의원의 3분의2인 200석에는 아직 못 미친다.
관건은 야당이 얼마나 많은 수의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을 확보하는가이다. 22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3선 김용태 의원은 박 대통령을 규탄하며 새누리당을 공식 탈당했다. 현 시국에서 첫 탈당이다.
앞서 지난 20일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소속 황영철 의원은 "당내에서 탄핵에 동참할 의원수가 35명 이상이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 오후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하는 4차 '2016 민중 총궐기 대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촛불 민심'은?
22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배경에는 거대한 촛불민심도 한몫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12일 100만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인데 이어 지난 19일에도 광화문에만 60만명, 전국적으로 100만여명이 촛불을 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청와대 코앞까지 행진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촛불집회는 있었다. 성격은 다르다. 시민들은 민심을 반영하지 않은 채 탄핵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며 직무정지된 노 전 대통령의 복귀를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