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가구당 부채 증가세가 확대, 향후 금리 인상 등 충격 발생 시 가계의 상환 부담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지섭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24일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제목의 보고서에서 대내외 불안요인이 현실화되면서 소득 및 금리 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 세계경제를 둘러싼 위험요인이 재차 부각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소득 증가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들어 장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반면, 가계소득이 5% 정도 하락하고, 금리가 1.0%p 상승하는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2015년 기준으로 1140만원에서 14%가 증가한 1300만원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가계의 평균 채무상환비율(DSR)은 21.2%에서 25.5%까지 크게 확대된다.
김 연구위원은 "전년 대비 가계부채가 늘어난 가구의 비율은 감소하고 있으나, 이들 가구의 평균 부채 증가액은 확대되고 있어 과다채무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가계소득 및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충격으로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가계부채가 전년 대비 증가한 가구의 비율은 2013년 초 35.5%에서 2015년 초에는 29.0%로 감소했으나, 이들 가구의 평균 총부채 증가액은 연간 3640만원에서 4470만원까지 확대됐다.
<자료=한국개발연구원> |
아울러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2014년 8월 가계대출 규제 완화 이후 소폭 상승하는 정도에 머물렀으나, 소득충격 발생 시 비교적 크게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택가격이 2013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LTV 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가구의 비중은 현재의 6.5%에서 7.2%로 상승하고, 이미 언급한 대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주택가격이 5% 하락하는 경우에는 그 비중이 10.2%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 이후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았으나, 향후 금리 상승 등의 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계 부담이 단기간 내에 확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부동산대출 규제 강화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가운데, 대내외 충격에 대비해 한계가구의 재무구조를 선제적으로 건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LTV 규제 완화 이후 가계대출 총량이 소득 증가세를 크게 상회하는 바, 이를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고 집단대출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동시에 DTI 비율이 과도하게 높거나, LTV 비율이 단기간에 급상승한 가구의 비중이 추가적으로 높아지지 않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