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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기부한파①]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기업‧개인 기부 꽁꽁

기사등록 : 2016-11-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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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단체 요청에, 기업들 "검토하겠다" 대답만
'재단=비리단체' 오명에 기부금 운용 불신 가중
현 시국 관심 집중…이웃에 눈길 돌릴 여유 없어

[뉴스핌=김범준 황유미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전국을 뒤흔드는 가운데, 이 때문에 불우이웃에 대한 기업과 개인의 기부가 모두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구호단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광화문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을 지나치고 있다.

◆ 자선단체들 “기업들 ‘기부’에 조심…’검토하겠다’ 얘기 많이 들어”

자선단체들은 자선 사업별로 지원하는 기업 기부 특성상 월단위 기부액이나 기부기업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기업 후원이 줄어든 건 체감한다고 28일 밝혔다.

A 재단 관계자는 “솔직히 분위기가 좀 그런 건(기업들이 기부를 꺼리는 것) 사실이다. 여러 단체나 기업들이 (정국)상황이 복잡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조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B 단체 관계자는 “기업에 후원을 요청했을 때 ‘검토해보겠다’는 얘기가 지난해보다 더 빈번하다”며 “최순실 사태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는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의 할당 받은 출연금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불똥이 튈까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활동에 소극적이 된 것이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 때문에 '재단=비리 온상'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생겼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현 시국에서 자선 사업 홍보가 잘 되지 않을 것이란 걱정도 한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가 최근 병원과 재단 모금 담당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결과 이 중 80%가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에 가려 크게 홍보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한국 구세군이 내놓은 2015년 연간보고서. 구세군은 12월 1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거리 등 전국 420여곳에서 본격적인 모금활동을 시작한다.

◆ “온 국민 눈길이 최순실‧대통령”…이웃에 대한 관심 줄어

개인 기부도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최순실 사태로 국민들의 관심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여부에 쏠린 탓이다. 자신이 낸 기부금을 운용하는 데에 불신이 커진 것도 이유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의 설문에서 응답자의 70%가 “최순실 게이트가 기부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다. 개인 기부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45%가 “국민의 관심사가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등 최순실 게이트에 쏠려서”라고 답했고 “최순실로 재단 기부금 운용에 불신이 커져서”라고 답한 사람이 43%였다.

실제로 시위현장에서 만난 국민들은 대통령 퇴진을 주요 관심사로 꼽았다.

지난 26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장모(여‧43‧서울 서대문구)씨는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이슈는 아무래도 ‘최순실 게이트’다”며 “불우 이웃이나 연말 관련된 주제에는 눈길이 덜 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황혜영(여‧21‧충북 천안)씨도 “최순실 게이트로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하다”며 “순위를 정하자면 1위가 현 시국, 2위가 기말고사, 3위가 불우이웃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탄은행과 아동복지시설 등도 개인 기부가 줄어든 현상을 느끼고 있음을 밝혔다. 한 복지시설에서는 지난해 동기대비 지원금액이 크게 감소하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을 밝힐 수 없지만 작년에 비해 30%정도 줄었다”며 “이맘때 방문하시는 분들의 발길도 딱 끊겼다”고 말했다.

연탄은행 대표인 허기복 목사도 “요즘 국정 혼란 사태 때문에 불우이웃에 대한 뉴스가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 마음이 냉동됐는데 이웃을 살필 여유가 있겠는가”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현재 연탄이 200장 필요한 가정에 150장 들어가고, 300장 들어가야 하는 가정에 200장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이웃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부가 줄어든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자선단체 운영의 투명성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 관점에서는 거창한 '기부'보다는 주변을 먼저 챙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김명희 우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후원을 받는 기관이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기업 후원에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 등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기지 않고 '나눔'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 한명 한명도 나눔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챙기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지금 '시국'에 대한 관심을 옆 사람에게 잠시 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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