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검찰 대면조사를 거부해 온 박 대통령이 퇴진을 결정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초유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2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하야를 공식화했다. 임기 단축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국회에 이양한 셈이다.
'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뉴시스> |
이에 따라 특검 이전까지 검찰 수사도 급박하게 돌아갈 전망이다.
전날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현 시국 수습방안 마련과 특별검사 임명 일정 등이 맞물려 대면조사에 응하기가 어렵다"라고 검찰에 전했다.
유 변호사의 발표로 박 대통령 수사는 특검으로 이첩될 전망이었다. 12월 중순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특검 일정을 고려해봤을 때 검찰에 남은 시간이 20여일 남짓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최순실·안종범·정호성·차은택 등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을 기소하고 박 대통령의 공동정범 혐의도 밝혀냈다. 그러나 수사의 핵심이었던 대면조사를 박 대통령이 3번에 걸쳐 거부하면서 검찰은 '닭 쫓던 개'라는 혹평까지 받았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박 대통령이 모든 국정에서 손을 떼게 되면서 '일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수사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날 경우 그동안 거론돼 온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함께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여전히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일방적으로 거부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갖기 때문에 대통령 기소는 불가능하지만, 최악의 경우 검찰이 2선으로 물러난 대통령을 강제력을 동원해 수사할 여지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국민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대상자 59.1%는 "박 대통령을 체포해 조사해야 한다"라고 응답했다. 또 검찰 내부에서도 이미 "박 대통령 기소는 불가능하지만 체포는 가능하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3일 박 대통령 측에 대면조사 요청서를 보내면서 "체포는 불가능하다"라고 못 박았지만, 입장이 바뀔 수도 있는 대목이다.
만약 검찰에서 대통령 조사까지 마무리될 경우 향후 특검이나 국회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새롭게 밝혀낼 것이 있는가는 의문이다.
앞선 11번의 특검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었던 만큼 항간에선 '이번 특검도 단순히 기존에 나온 혐의들에 대한 사실관계 재정리로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