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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수사 한달] 검찰, '막판 스퍼트'로 성난 민심 부채질

기사등록 : 2016-11-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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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봐주기·檢 내부 갈등 등 봉합해야 할 과제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은 결국 특검으로

[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하야' 발표로 지난 한 달 간 막판 '스퍼트'를 올렸던 검찰 수사의 공과(功過)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이영렬 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검찰, 뒤늦게 특수본 구성…막판 '스퍼트'로 대통령 피의자 입건

박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질서 있는 하야(下野)'를 결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에는 국민의 성난 민심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검찰의 강경한 수사가 이를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본부장으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수차례 드러난 지 1달 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검찰이 최씨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PC가 공개된 후에야 부랴부랴 특수본을 꾸리면서 뒤늦은 대응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개인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황제소환' 논란까지 일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 역풍을 우려한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물론 최씨 사건 역시 수사 속도를 높이며 관련 수사들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곡점을 맞이한 이후 검찰은 뒤늦게나마 수사 의지를 불태웠다. 혐의 관련자들의 사무실과 자택, 일부 기업 사무실 등을 수차례 압수수색하고 최씨와 그의 측근 차은택씨, 조카 장시호씨를 체포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등 전 비서진들도 모조리 소환 조사했다.

밤낮없는 수사에 십수 명이 피의자·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 최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은 직권남용, 강요, 비밀누설 등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20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들 3명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공모'혐의를 적시했다. 헌법의 불소추특권으로 기소는 불가능하지만 박 대통령을 사실상 '피의자'로 입건한 것이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꼬리자르기' 대신, 최씨나 안 전 수석의 이권개입 등을 단순 개인비리로 규정짓고 박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선 청와대의 입장을 뒤집으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웠다.

수사결과 발표 다음 주말, 전국에서 500만 가까운 시민들이 촛불 집회에 참여하는 등 국민들의 박 대통령 하야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박 대통령의 입지도 점차 좁아져 갔다.

◆대면조사 결국 '불발'…박 대통령 '뇌물죄' 혐의 입증은 결국 특검으로

수사 성과에도 대면조사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서 검찰은 수차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방침을 고수했으나 대통령 측은 변호인을 통해 대면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직접 대면조사를 통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특검의 핵심 과제가 됐다.

특히 지난 중간수사발표 때 박 대통령의 뇌물 관련 혐의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검찰이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인 재벌에 '봐주기식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확정할 경우, 상대방인 재벌도 처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검이 뇌물죄 혐의를 밝혀내고 일부 기업 총수의 신분을 피의자로 확정할 경우 검찰은 다시 한 번 여론의 비판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은 정유라씨 말 구입 등에 삼성 회삿돈 수십억원이 흘러들어갔다는 정황을 포착했음에도 이재용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을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만 조사했다. 이밖에 재벌 총수들을 소환할 때에도 소환 일정 등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그들의 편의를 봐준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찰이 시민이나 언론의 시선이 촛불집회에 몰려있던 3차 집회 당시 재벌 총수들을 몰래, 그것도 참고인으로만 소환한 것은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라며 "이는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태도가 어떠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박 대통령은 이미 측근들도 등을 돌리는 등 죽은 권력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박 대통령에 대한 강경한 수사 의지에도 이와는 반대로 실제 체포 등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내부 갈등도 검찰이 봉합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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