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나래 조세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새누리당 비주류(비상시국회의)는 결국'선(先) 퇴진 후(後) 탄핵 추진’ 입장을 정하면서 향후 캐스팅보트의 키를 쥐게 됐다. 비상시국회의에서 집계한 탄핵안 찬성 40명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탄핵과 개헌의 결정권을 거머쥔 셈이다. 비박계는 30일 비상시국회의에서 국회가 여야 합의로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조기 퇴진 약속을 받아낸 이후 거국내각 구성과 조기 대선'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논의했다. 다음달 9일까지 여야가 구체적인 퇴진 로드맵에 합의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민들 앞에 고개 숙인 박근혜 대통령 <출처=AP> |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3차 담화를 통해 국회로 던진 공을 되받아치는 동시에, 야권에 향후 합의의 기준을 넌즈시 내비쳤다.
비상시국위원회는 "거국중립내각 총리 추천은 야당의 입장을 가장 우선시하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다만, 오는 8일 밤까지 여야의 협상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비상시국위원회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국가 원로들이 ‘4월 말 사퇴, 6월 대선’ 일정을 제시했다"며 "이 제안이 박 대통령의 사임시기 논하는 데 충분한 준거될 것이라 본다.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과 조기 대선 일정을 정하는 협상에 야당도 즉각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앞서 "여야 협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에서 돌연 사퇴를 언급하며 비상시국위원회의 해체와 신속한 비대위 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비박계 달래기에 나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12월7일까지 박 대통령이 하야의 명확한 일정을 제시하지 않으면 12월9일 탄핵안으로 가자고 했다"며 비박계 의원들의 말을 전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들이 이같이 입장을 정리한 것은 대통령의 조건부 퇴진 제시를 마냥 무시하기 쉽지 않은 데다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야당의 주장처럼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꼼수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리를 추구하는 질서있는 퇴진과 쇄신을 통한 명분을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비주류 의원들이 향후 탄핵 추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야3당은 흔들림없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탄핵에 동조했던 새누리당 비주류 중 이탈자들이 나올 수 있어서 탄핵안 처리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하지만 친박계가 계속 강경하게 나올 경우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의 극적인 합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탄핵 정국 쪽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요즘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지만 친박계가 비시위(비상시국회의) 해체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경우 극적인 타협이 어렵다"며 "그렇다면 결국 탄핵으로 흘러가지 않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가결에 필요한 재적의원의 3분의2인 200명 찬성을 확보하는데도 크게 무리가 없어보였다. 야당과 무소속을 합친 171명에 새누리당 비주류에서 40명, 많게는 60명까지 찬성표가 확보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친박계에게 9일까지 시간을 준 셈이라 향후 친박과 3야당의 카드에서 어떤 쪽의 손을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조세훈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