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연 기자] 중국 최대 건설사 완커(萬科)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는 바오넝(寶能)계 자본이 이번엔 세계 에어컨 시장 큰손 거리전기에 손을 뻗치는 모양새다.
바오넝 계열 첸하이생명(前海人壽)은 거리전기(格力電器, 000651.SZ) 지분을 3분기 말 기준 0.99%에서 최근 8거래일(11월 17일~11월 28일) 동안 4.13%로 급속 확대했다.
이로써 첸하이생명은 거리전기의 3대 주주로 단숨에 올라섰다. 첸하이생명은 앞서 2015년 4분기 거리전기 주식 약 6882만주를 매입하며 6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1월 16일 거리전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전기차 기업 주하이인룽(珠海銀隆) 인수건이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다음날인 17일 거리전기는 주식 거래를 재개했다.
이후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단 8거래일 동안 거리전기의 주가는 무려 27%나 급등했다. 첸하이생명이 거리전기의 인수건 무산 틈을 타고 지분을 기습 확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첸하이생명은 거리전기 주식 1억8800만주를 추가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리전기의 평균 마감가 24.88위안으로 계산했을 때 첸하이생명이 이번 지분 확대에 들인 비용은 47억위안(약 7997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자금출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 동안 첸하이생명을 포함한 바오넝계는 지분구조가 분산돼 있는 상장사들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거리전기가 이번 바오넝계의 사냥감이 된 것도 예상 가능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거리전기의 지주회사 거리그룹의 지분율은 18.22%, 2대주주 허베이징하이보증투자(河北京海擔保投資)의 지분율은 8.91%에 그친다. 허베이징하이보증투자는 거리전기의 주요 유통사가 합자설립한 회사다.
앞서 거리전가 주하이인룽 인수를 위해 제3자 유증 방식을 택한 것은 이러한 지분구조 분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거리전기는 유증 대상을 거리그룹과 거리전기 임직원으로 설정했다. 둥밍주(董明珠) 거리전기 회장을 포함한 고위 임원 6명 등 총 4700명의 임직원이 1억5200만주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철의 여인'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사진=바이두> |
제3자 유증이 예정대로 실시됐을 경우 둥밍주 회장의 지분은 0.74%에서 1.4%로 확대돼 10대주주에서 7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제3자 유증 좌절과 더불어 최근 거리그룹의 인사 변동도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이 지난 10월 18일 거리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거리그룹을 지배하는 주하이(珠海)시 국자위가 둥밍주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아닌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첸하이생명을 포함한 바오넝계는 최근 1여년간 완커(000002.SZ/02202.HK)를 비롯해 난보그룹(南玻集團, 000012.SZ), 화차오청A(華僑城A, 000069.SZ), 중쥐가오신(中炬高新, 600872.SH), 사오넝구펀(韶能股份, 000601.SZ), 난닝바이훠(南寧百貨, 600712.SH) 등 여러 상장사의 지분을 늘려오며 중국 자본시장의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