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영국이 유럽의 단일시장 잔존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의 EU 탈퇴 협상 총책임자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이 관련 전략에 대해 사실상 처음 입을 연 자리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의지를 적극 내비쳤고, 이에 따라 파운드화가 장중 가파르게 뛰었다.
<사진=블룸버그> |
1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데이비스 장관은 유럽의 단일시장 접근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필요한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EU 탈퇴 협상 전략과 관련한 데이비스 장관의 첫 공식 발언이다. 그는 “EU 탈퇴 이후 영국이 유럽의 상품 및 서비스 시장에 잔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EU 예산에 일정 부분 기여해야 한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내년 3월 EU 회원국과 탈퇴 협상을 본격화하기 위한 50조 발동을 앞두고 관련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한편 협상 포석을 마련하는 데 분주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업과 투자자들이 가장 주시하는 부분은 영국이 EU의 단일시장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인지 여부다.
이와 관련, 독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과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 등 유럽 지도부는 ‘소프트 브렉시트’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데이비스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날 장중 파운드화는 유로화에 대해 3개월래 최고치로 뛰었다. 유로/파운드 환율은 1.1940파운드까지 밀리면서 지난 9월7일 이후 처음으로 1.20파운드 아래로 떨어졌다.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대해서도 1% 이내로 상승했다.
닐 존스 미즈호 외환헤지펀드 매니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영국이 단일시장 접근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갈 의지를 보인 데 따라 트레이더들 사이에 파운드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번졌다”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파운드화 숏포지션을 축소하는 한편 헤지를 청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협상 방향과 파운드화의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해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베어링스의 앨런 와일드 멀티섹터 채권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데이비스 장관이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았지만 영국 정부 측의 브렉시트 협상의 방향이 여전히 모호하다”며 “단일시장 접근을 위해 필요한 자본, 인력, 상품, 서비스 등 4가지 이동의 자유와 관련한 입장이 분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키트 저크스 소시에테 제네랄 전략가는 “이날 파운드화 강세는 달러의 랠리가 힘을 다하면서 숏포지션이 축소된 데 따른 측면도 크다”며 “브렉시트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와 정부 재정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파운드화는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