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태희 기자] 연말 내수경기가 빠르게 얼어붙는 와중에 한국인은 해외에서 지갑을 열려는 것으로 보인다. 연말연초 해외 여행을 예약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연말특수'도 기대하기 힘든 유통업계와는 딴판이다.
5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해외 여행 성수기가 시작되는 12월 여행 예약률은 전년대비 성장세다. 지난 1일 기준 하나투어에서 12월 해외 여행을 예약한 사람은 전년대비 9.2% 늘었다. 내년 1월 해외로 떠나기 위해 예약한 사람은 지난 1월보다 11.2% 증가했다.
모두투어도 비슷한 분위기다. 12월 여행 예약률은 전년대비 증가 추세라는 설명이다. 인터파크투어에서 해외 여행 상품을 예약하는 사람도 지난해보다 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내년 초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은 여행 일정을 앞두고 예약하기 때문에 예약률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동·서유럽 및 지중해 예약률이 증가하는 게 주목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북적이는 인천공항 <자료= 뉴시스> |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는 한국인을 해외로 많이 보내는 여행사다. 해외 송출객 점유율을 합하면 40%가 넘는다.
이들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마케팅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하나투어와 인터파크투어는 지난 10월과 11월에 온라인 여행 박람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모두투어와 하나투어는 오프라인 여행 박람회를 개최했다. 해외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상품도 할인해 내놓는 행사다. 여행사 관계자는 "연말 해외 여행객을 위해 여행 박람회 등 마케팅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여행사는 또 국내 여행객 소비 풍토 변화가 해외여행 증가로 이어진다고 본다. 지갑을 닫는 추세에도 여행을 통한 새로운 경험과 같은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 한 여행사 관계자는 "자신이 가치를 두는 항목에 다소 비싸도 지갑을 여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일정을 자유롭게 짜는 자유 여행객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통가는 우울한 연말을 보내는 중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부정청탁금지법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면세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 이탈을 우려한다. 각종 지표도 낙관적이지 않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지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년 만에 최저치다. 통계청이 공개한 평균소비성향도 하락세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