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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치 사임 이탈리아, 금융위기 ‘진앙’ 급부상

기사등록 : 2016-12-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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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브'→뱅크런→유럽 및 세계 금융위기로 확산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로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임하면서 이탈리아 은행권이 본격적으로 금융위기 뇌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4일(현지시각)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반대표를 받은 렌치 총리는 즉각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탈리아가 새 정부를 구성하는 동안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이탈리아 은행권의 재정난 해소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탈리아 은행권은 구제금융이 아닌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민투표 부결과 함께 유럽연합(EU) 탈퇴 바람이 불 경우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도망가버리는 뱅크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날아간 은행 구제안

<사진=블룸버그>

이탈리아 은행이 마주한 위기는 은행권이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부채가 문제의 핵심이란 점에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닮아 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은행들의 부실 대출 규모는 4000억달러 정도였는데 현재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 채권(NPL) 규모는 3600억유로(약 3800억달러)로 보유 자산 2250억유로를 대폭 넘어서는 수준이다.

렌치 총리는 정부 개입을 통한 구제안으로 은행들이 부실 부채를 감당할 수 있도록 450억달러를 직접 투입하는 방법을 주장해왔다. 이는 미국 정부 등이 사용했던 방식이지만 유럽에서는 무조건적인 구제를 금지하는 유럽연합(EU) 규제 때문에 추진이 쉽지 않았다.

EU 측에서는 은행 부실을 정부, 즉 납세자의 돈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당하며 채권자에게 책임을 지도록 해야만 비슷한 부실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으며 은행 건전성도 개선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이탈리아 은행권의 경우 채권자들이 부유한 투자자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라는 데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 부채의 45%는 이탈리아 일반 시민들이 떠안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1년 전 EU 규정에 따라 은행 4곳에 대해 부실 부채 책임을 스스로 떠안게 하려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당시 채권자 중 한 명이었던 이탈리아 시민은 문제 은행 채권에 투자한 11만달러를 하룻밤 사이 날린 뒤 자살해 문제가 됐었다.

◆ 이탈리아 은행권, 자구책도 쉽지 않아

정부의 구제금융 여건이 여의치 않다 보니 이탈리아 은행들은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탈리아에서 당장 위험 은행으로 꼽히는 8곳의 은행 중 자산규모 3위인 BMPS(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는 국민투표 실시 직후 50억유로 규모의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을 계획해 둔 상태였다.

BMPS 주가 추이 <출처=블룸버그>

이는 BMPS의 현 시가총액보다 몇 배가 많은 수준으로, 은행은 일단 신주 발행을 통해 현금을 손에 쥐게 되면 280억유로 정도의 부실채권 부담을 덜어내 투자자들의 재정 신뢰도도 나아질 것이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국민투표가 부결되면서 당장 BMPS의 자본확충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정치적 혼란 가중으로 이탈리아 경제 성장 전망이 흐려지면 그만큼 부실채권이 해소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신주 발행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민투표 부결로 상황이 불리해 진 만큼 BMPS가 주간사인 JP모간과 메디오방카와 이르면 월요일 오전에 만나 신주 발행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이탈리브→뱅크런→금융위기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사진=블룸버그>

국민투표 부결은 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이탈리브 Italeave)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투표를 기점으로 이탈리아 내에서 탈퇴 바람이 거세지면 5년 내 이탈렉시트가 현실화 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만에 하나 '이탈리브'가 현실화하면 이탈리아는 유로화를 포기하고 리라화로 복귀해야 하는데, 이탈리아 은행에 예치된 금액이 유로화에서 리라화로 바뀌면서 예금액이 평가절하 될 것이고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은 탈퇴에 앞서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려 해 뱅크런이 발생하게 된다.

렌치 총리의 사임으로 최소 수 개월 동안 이탈리아 정권 공백이 생기게 되는데 이 사이 이탈리아 은행권 뇌관이 터질 경우에는 당국의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생긴다.

더불어 유럽에서 영국에 이어 이탈리아와 같은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 국가가 일단 탈퇴를 선언하게 되면 다른 EU 국가들로 쉽사리 탈퇴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이 경우 유럽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에서도 예금을 정리하려 할 것이며 이는 유로존 주변 경제, 나아가 유럽 전반과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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