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방글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총수 청문회가 끝나고 퇴장하면서 “기업 입장을 밝힌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이날 김 회장은 정경유착이나 전경련 해체 등과 관련해 발언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오전 9시30분쯤 청문회장에 입장한 김 회장은 13시간 뒤인 밤 10시20분경 귀가했다. 자신을 향한 의원들의 질의가 일찍 끊기면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총수들보다 50여분 일찍 자리를 뜰 수 있었다.
김 회장이 말한 "좋은 기회"는 무슨 의미일까. 청문회 답변 시간은 채 5분이 되지 않았지만, 총수인 자신의 입을 통해 한화에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자리가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총수 청문회에 출석할 때도 “국민에게 기업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결연한 표정으로 입장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이날 5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답변 시간동안,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상황을 설명했고, ‘최순실과 만난 일이 없다’, ‘미르재단 기부금은 대가성이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은 김승연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재단 기금 출연을 요청받았는지, 또 대가를 바란 일이 있는지 등을 추궁했다.
김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영 전반에 대해 물어봤고, 이에 대해 답했다”며 “미르 재단에 출연해달라는 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단 출연에 대해서는 “실무자를 통해 그런 연락이 왔던 걸로 안다”며 “그대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사회 의견 수렴 여부와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단 기금 출연으로 대가를 바란 것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기꺼이 했다”고 짧게 답했다.
최순실-정유라-승마협회로 이어지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날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김승연 회장에 최순실과 정유라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물었다.
김 회장은 “최순실 씨를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들 김동선 선수가 정유라 씨와 같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있지 않느냐. 단체전 금메달을 딸 때 최순실 씨가 오지 않았느냐’는 추궁이 이어지자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왔는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동선과 정유라는 잘 알지 않느냐’고 묻자, “잘 아는 지는 모르겠지만 정유라가 승마 선수라는 것은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김 회장의 부인이 매일 승마장에서 최순실을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은 승마장에 매일 가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또, 정유라에게 말을 사줬느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 증여 사실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총수 청문회 이슈 중 하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전경련 해체 찬성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특히 앞으로 전경련에 회비 내는 것을 중단하고 활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김승연 한화 회장을 비롯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허창수 GS 회장 겸 전경련 회장 등 6명은 해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승연 회장은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라 주목을 받았다.
전경련 회장직은 지난 2011년 2월부터 허창수 GS회장이 맡고 있다. 허 회장은 이미 2차례 연임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2월 임기를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승연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유력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이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배제되면서 전경련은 다른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경련 회장은 故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구자경 LG명예회장, 최종현 SK 회장, 김우중 대우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이 거쳐갔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