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양덕 기자] 인공지능(AI)이 은행, 보험 등 중국 금융 기관에도 빠르게 상륙하고 있다.
금융업에서 AI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일정한 패턴을 찾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중국 금융기관의 AI 활용범위는 단순 데이터 분석에서 점차 투자 자문 방향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6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信)에 따르면 자오상(招商 초상)은행은 “고객의 자산 관리 및 투자 자문 서비스가 가능한 AI 프로그램 모제즈터우(摩羯智投)를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모제즈터우는 소위 ‘금융 알파고’로 불리는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이 고객 정보를 취합해 투자자들에게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앞으로 고객이 모제즈터우에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표 수익구간을 입력하면 이 AI 프로그램은 그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식이다. 다시 말해 모제즈터우는 투자 상품이 아니 PB(프라이빗뱅커)가 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무인 프로그램이다.
중국 초상은행이 6일 공개한 자사 개발 로보어드바이저 프로그램 모제즈터우(摩羯智投) 광고. <사진=바이두(百度)> |
류자룽(劉加隆) 초상은행 리테일뱅킹 본부장은 “초상은행 앱5.0에 새롭게 탑재된 AI 기능 모제즈터우는 자사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출시된 일부 AI 프로그램보다 더욱 진화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초상은행에 따르면 모제즈터우는 올 6월부터 5개월간 베타버전(시험판)을 구동한 결과 투자수익률은 3.57~10.56% 구간으로 예상치에 부합했다. 은행 관계자는 “자사는 중국 2대 금융자산 위탁운용기관으로 공모펀드 운용 경험은 10년이 넘는다”며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공모펀드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상은행 외에 중국 광다(光大 광대)은행, 장쑤(江蘇)은행도 속속 인공지능을 도입한 모델을 선보였다.
장쑤(江蘇)은행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온라인 고객센터에 올라온 문제 해결에 활용했다. 광대은행 신용카드센터는 전자상거래 업체 디스판스(第四范式)와 손잡고 ‘인공지능실험실(人工智能实验室)’을 설립했다. 이 센터는 인공지능 기술을 카드업에 결합해 카드 고객의 소비 관리, 소비 패턴 예측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개발한다.
이밖에 중국 보험업계도 인공지능을 도입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 매체 소후차이징(搜狐財經)은 “중국 보험 기업들은 생산과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며 “그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기업과 보험 가입자간 정보 비대칭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통 금융기관이 아닌 중국 신흥 금융 회사들은 인공지능 도입에 보다 적극적이고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로는 JD파이낸셜(京东金融),루진쒀(陆金所 Lufax), 이신(宜信財富) 등이 있다.
JD파이낸셜은 올 8월 자사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 ‘즈터우(智投)’ 출시했다. JD는 “자사 빅데이터를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이신차이푸(宜信財富)는 로보어드바이저 ‘터우미(投米)’를 도입했다. 고객이 위험회피성향, 목표수익률 등을 작성하면 터우미는 그에 맞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투자 상품군의 10년 치 수익률 흐름까지 알려주는 서비스다.
한편 AI 기술이 금융업에 도입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회의적인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한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세계적인 추세가 된 이상 중국 금융업계가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면서도 “고객들이 기계가 만들어낸 포트폴리오를 신뢰할 수 있도록 앞으로 업계는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서양덕 기자 (sy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