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제 선임기자] 대선 후보들은 이제 경제를 말해야 한다. 촛불민심은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는 절박감에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촛불민심의 뿌리는 바로 삶이고, 경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조기 대선의 막이 올랐다. 촛불민심의 시선이 대선 후보들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여야 잠룡들은 몸과 마음이 급해졌다. 헌법재판소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되도록 신속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전제로 하면, 대통령 후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넉 달쯤이다.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다차원 복합방정식으로 치뤄진다. 여야 모두 이 참에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짧은 대선 일정에 개헌까지 더해지면, 정치일정이 쓰나미처럼 몰려들 수밖에 없다.
촛불민심은 직접·참여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대사건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치러질 전망이다.
국가 리더십은 경제에서 출발해야 옳다. 대선 후보들은 단지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몸에 와 닿고 눈으로 확인할 경제를 말해야 한다. 친절하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이미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 발린 '경제민주화 공약'에 질렸다.
국회 청문회장에 불려 나온 대기업 총수들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했다. 강요됐건, 의도했건 이제 정경유착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려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는 정경유착의 유혹이 얼마나 강력한지, 정경유착으로 우리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조기대선에서 후보자들은 추상적인 단어가 아닌, 구체적이고 생생한 삶의 언어로 경제를 말해야 한다. 또다시 재벌 개혁, 경제민주화와 같은 두루뭉실한 선언으론 촛불민심이란 거대하고 도도한 삶의 인식을 따라잡을 수 없다.
많이 나열한다 해서 표를 얻을 수 없다. "임기 내에 반드시 이것만은 이루겠다"는 단순하고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추상적인 단어로 나열된 백화점식 공약(公約)은 이내 공약(空約)이 돼 버린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나.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기고 있고 실업률은 고공비행 중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보호무역주의를 노골화하고 있고, 중국은 한국에 대한 비무역장벽을 높게 쌓고 있다. 가뜩이나 쪼들려온 내수는 최순실 게이트로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촛불민심은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에 대한, 경제정책 성과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이전과 사뭇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더 이상 추상적인 단어와 숫자에 몸을 숨길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 국민은 잘못된 길을 걸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역사적인 자각을 이제 막 성취했다. 차기 대통령은 바로 그 위에서 시작한다.
[뉴스핌 Newspim] 이승제 선임기자(openeye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