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하지 말아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음주운전 사고발생 억제 효과를 위해서다. 현재 보험사들은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대인배상 및 자기신체상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과 채원영 연구원은 11일 음주운전 억제를 위한 대법원의 위자료 상향과 실효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음주운전 사고 발생 억제를 위해서는 불법행위 비용을 음주운전자가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24일 대법원은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한 교통사고 소송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위자료를 최대 3억원으로 상향했다. 음주운전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보상 금액을 상향해 불법행위를 근절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의 위자료 상향 취지와 달리 현행 자동차보험 보상제도는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로 음주운전 가해자가 부담해야 하는 불법행위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타인의 신체를 해하거나 사망시키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경우 보험사는 가해자의 자기차량담보를 제외하고 피해자에게 위자료, 치료비, 상실수익액, 합의금 등을 지급하고 음주운전 가해자의 신체상해도 보상한다. 이처럼 가해자의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피해자가 합의를 할 경우 형량도 감소하게 된다.
전 연구위원은 "음주운전 가해자가 일으킨 손해를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로 보상하기 때문에 음주운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피해자 구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가해자가 부담하는 음주운전 비용은 사고부담금과 자기차량손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료=보험연구원> |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음주운전에 대한 보험사의 보상 책임이 크지 않다.
일본은 피해자 구제를 위해 대인, 대물배상은 보험사가 지급하지만, 가해자가 청구하는 상해보험은 지급할 책임이 없다. 미국 뉴욕주 역시 보험 계약자가 음주운전 사고를 야기한 경우 피해자에게 책임보험금을 지급하지만, 가해자의 신체상해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는다.
또 뉴욕과 캘리포니아주에서 음주운전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뿌 아니라 음주운전 벌칙으로 보험료 인상, 보험계약 취소 혹은 갱신 거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연구위원은 음주운전 가해자 자신의 인적·물적 피해르 보상하는 현 자동차보험 보상제도는 재검토 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책임보험인 대인배상I은 피해자 구제를 위해 보험회사가 지급해야 하지만, 대인배상I 한도금액을 초과하는 배상 금액은 음주운전 가해자가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경우 보험계약 인수를 거절하거나 보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방안, 보험사가 징벌적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의 위자료 상향 조정이 음주운전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음주운전 가해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음주운전 유인을 억제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