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트럼프 랠리’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뉴욕증시가 연일 최고치 행진을 지속한 가운데 월가 트레이더들의 리스크 헤지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가 2만 선에 바짝 근접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높아진 데다 내년 하락 반전을 경고하는 의견이 없지 않지만 트레이더들은 상승 베팅에 ‘올인’하는 움직임이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12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S&P500 지수에 대한 콜옵션 계약이 지난 8일 기준 100만건을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주가 하락을 겨냥한 풋옵션 거래는 88만건을 밑돌며 커다란 격차를 드러냈다.
또 시장조사 업체 마킷에 따르면 S&P500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공매도 총액은 전체 유통주식 수의 2.8%로 최근 1년 평균치에 비해 1.7%포인트 떨어졌다.
주가 상승 베팅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를 반영하는 지표는 또 있다. S&P500 지수의 10% 상승을 겨냥한 옵션의 거래 비용이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12월 들어 5% 이상 급락했다. 최근 VIX는 지난 8월 이후 최저치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4년에 걸쳐 12월 VIX가 상승한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움직임은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 SPDR S&P500 ETF의 하락 리스크 헤지 비용이 2014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꼽히는 제러미 시겔 펜실베니아 대학 교수는 대선 이후 6% 주가 상승은 랠리의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그는 “트럼프 랠리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며 “조정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들이 상당수에 이르지만 주식이 장기적으로 최고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S&P500 지수는 장중 2264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운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 투자자들 사이에는 트럼프 랠리에 이어 트럼포포리아(Trumpophoria, 트럼프와 유포리아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제프리 소트 최고투자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뉴욕증시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주가가 추세적인 하락으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고평가와 버블 경고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