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헌법 10조의 '생명권 보장' 부분에 대한 의견이 여러가지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 포함 여부는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긴박한 상황인데도 '올림머리' 손질을 받고 있었다는 보도들이 나오면서 헌법 제10조(생명권 보장) 위배가 탄핵소추안에 포함됐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헌법 제10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국가적 재난과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에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다.
또 "유가족 등 국민과 언론이 수차례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해 진실규명을 요구했지만 비협조와 은폐로 일괄하며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도 주장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강신업 변호사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대통령의 행적이 명확히 밝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신속히 조치를 취해 세월호 학생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음에 따라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라면 '부작위'를 문제 삼아 헌법 제10조 '생명권 보장' 위배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은 형법과 다르게 범위가 처음부터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쓰는 것이고, 따라서 헌법 10조로부터 생명권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생명권 보장은 국가의 의무이지, 대통령의 의무는 아니다는 목소리도 있다. 더욱이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대통령이 아니며, 정확한 위법 행위가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아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법조계에서 팽팽히 맞선다.
박경신 교수는 "대통령이 헌법 10조를 위반해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데 대한 논의의 실익이 없다"며 "국가적 긴급 상황 당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최순실 등이 사익 추구를 위해서 국정에 깊숙이 간여한 것 자체가 비상식이다. 합리적인 국민이 뽑으려고 한 상식적인 대통령이 이미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탄핵은 국민이 보기에 비상식적인 대통령이 선출된 잘못된 선거이기 때문에 해당 선거를 취소하겠다는 취지의 탄핵"이라고도 했다.
강신업 변호사는 "(대통령의 생명권 보장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 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범죄는 아니다"면서 "구성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범죄가 성립하는데, 헌법의 추상적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지 못했다는 사유만으로 곧장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탄핵은 도덕적 혹은 정치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또 "지금까지 국가가 '기본권 보장 의무'를 적극적으로 다하지 않음으로써 위헌 결정을 받은 판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