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전민준‧성상우 기자] 지난 9일 오후 8시쯤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거리. 상점이 밀집한 이곳에 어둠‧겨울바람과 함께 연말이 밀려왔지만 길거리는 매우 한산했다. 매년 연말이면 군산국가산업단지 근로자들로 '불야성'을 이루던 이곳에선 행인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오식도동의 한 식당 주인은 "예전에는 오식도동에서 군산 시내 사이를 나르는 택시 손님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젠 이곳에 사람이 없다. 사람이 북적여야 할 저녁시간에 한참을 기다려도 손님 한명 태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가동 중단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협력업체들이 몰려있는 그 일대를 찾았다. 조선업 위기가 현실화 된 작년 말부터 군산조선소의 일감 감소는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작업장 전경<사진=성상우 기자> |
특히 지난 8월 울산에 있는 도크 1개를 가동 중단한 현대중공업이, 연내 군산을 포함해 2~3개의 도크를 폐쇄한다는 구조조정 방안이 알려지면서 불안감마저 증폭되고 있다. 도크가 1개인 군산조선소에서 도크 가동 중단은 곧 군산조선소가 폐쇄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군산조선소 정문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현장은 평소대로 잘 돌아가고 있는데 추가 수주물량이 없다고 하고, 폐쇄 얘기까지 계속 들려오니 신경이 날카로워 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군산시 경제규모의 약 24%를 담당해 '생명줄'로 불리는 군산 조선업은 요즘 직원 임금체불 과 기업부도 등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115명,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와 사외협력업체(1・2차)에서 각각 262명과 367명이 일자리를 떠났다. 또 사내협력업체 4개사와, 사외협력업체(2차) 4개사가 문을 닫았다. 경제 기반이 흔들리면 특별한 대책이 나와야 하지만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고 현지에선 아우성이다.
이에 따라 군산시의회와 시청은 군산조선소 붙잡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군산조선소 폐쇄는 곧 군산 경제 자체가 무너지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15년, 4년간 군산조선소는 대형 선박 50여척을 건조해 3조9619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억800만 달러를 수출해 전북에서 이루어진 총수출 규모 79억5200만 달러의 8.9%를 차지했다. 또한, 군산조선소는 지금까지 360억원 넘는 돈을 지방세로 납부했다.
박정희 군산시의회 의장은 "현대중공업이 들어온다고 할 때 군산시와 전북에서 막대한 지원을 해줬다"며 "조건이 좋을 때 들어와서 이익을 거두어놓고 이제 상황이 좀 어려워지니 바로 발을 빼는 것은 기업윤리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업체들 직원만 6천명이고 3인 가족으로 보면 1만8000명의 생계가 당장 끊기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운영과 관련 현재 확정된 내용이 없어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북 지역에서 100만 인 서명운동이 진행 중인 것은 알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입장을 낼 상황은 아니다"면서 "물량부족은 전사적 차원의 상황이고,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도 산업 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 근거 조항을 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지만, 탄핵 정국 장기화로 아직 통과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군산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