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윤애 기자] "이 상황이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야권에겐 절대로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야권 관계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정책 결정에서 여당과 다른 야당 사이에 끼인 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정부와 여당의 국정 운영 능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국정혼란 수습의 책임 있는 주체로 나선 데 따른 결과다. 정부와 여당은 민주당의 눈치를 보고,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전권을 위임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최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경제가 심하게 나빠지면 국민들이 우리 당에게 경제를 맡기기 불안해 할 수 있다"며 '수권능력' 시험대에 올라섰음을 경고했다.
야3당 대표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회동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사진=뉴시스> |
야당은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법으로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3일과 14일 각각 경제부처와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시에 대내외 경제위기 상황에서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당초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탄핵소추안에는 '내각 총불신임'이 포함돼 있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을 비롯해 내각 총 사퇴를 주장했지만 한발 물러섰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유일호(부총리), 임종룡(금융위원장) 체제에 변동을 주는 게 경제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에 대해 "유일호, 임종룡 체제를 바꾼 뒤 자칫 부작용이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역풍을 고스란히 민주당이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민주당마저 어정쩡한 모습을 취한다면 국정 혼란의 조기 수습은커녕 차기 대선까지 여야정 기싸움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향후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분당 직전의 새누리당 상황을 고려할 때 출범까지도 험난하지만, 그 이후에도 야당과 정부측과 협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황교안(왼쪽) 대통령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사진=뉴시스> |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인 경제ㆍ외교ㆍ안보 현안을 협의하자는 취지이지만 야권에서 정부가 추진해온 인터넷전문은행과 면세점 선정,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노동개혁법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서며 반발하는 정부와 합의점 모색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정부가 정책을 강요해도 야권에서는 마땅한 견제 수단도 없다. 여야 간 입장차가 큰 성과연봉제의 경우도 전해철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임종룡 위원장이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성과주의를 주장하고, 바로 다음날 7개 시중은행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며 "박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에도 일방적인 국정운영 방식이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한 데서 그쳤다.
박 대통령이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황 권한대행과 유 부총리, 임위원장 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될 가능성도 높다.
이에 대해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현재 야권은 권한 없는 책임만 주어진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야권에서는 이 상황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주도적으로 정책을 펴지도 못한 채 경제 위기의 책임은 지게되는 불리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목소리도 나온다.
[뉴스핌 Newspim] 이윤애 기자(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