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진경준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던 김정주 NXC 회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적으로는 일단 뇌물죄 혐의를 벗었지만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유전무죄'라는 국민적 공분이 넥슨을 뒤흔드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진경준 게이트가 최순실 국정논단 사태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넥슨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점이다. 오너 리스크를 진화하기 위해 속도를 올린 신작 물량 공세마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된 김정주 NXC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14일 넥슨 관계자는 김 회장의 무죄 판결에 대해 "공식 입장은 없다"며 "등기이사직 복귀 가능성이나 추후 변화에 대해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3일 진 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양도한 김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직무 관련성이나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진 전 검사장은 대한항공에 대한 내사를 종결한 직후 회사를 상대로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에 여론은 들끊고 있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현직 검사장이 공짜 주식으로 1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내고 해외여행 경비와 자동차 등을 받았음에도 뇌물죄가 성립되기 않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 진 전 검사장을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김정주 회장이 청탁을 위해 뇌물을 줬다고 자백했음에도 법원은 이를 덮는 판결을 내렸다"면서 "법원이 부패재벌들을 보호하는 부패 제작소임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질타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도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판례나 시국 상황과 동떨어진 기득권 감싸기 식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이에 검찰도 항소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재판부가 포괄적 뇌물죄 적용을 소극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며 "우병우 황제 소환에 이어 진경준 무죄로 검찰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검찰 조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최순실 사태가 정국을 휩쓸면서 도화선이 된 진경준 게이트에 대한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커졌다. 진 전 검사장에 대한 인사 검증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 최순실 사태의 핵심 고리로 지목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론이 이번 판결을 최순실 사태에 대한 법적 심판의 '바로미터'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여론이 판결 결과에 반발하면서 넥슨의 기업 이미지 추락은 현실화되고 있다. 김 회장이 일본 넥슨법인의 등기이사직을 내려놨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너 리스크의 직격탄 아래 놓이게 됐다.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넥슨재팬 주가는 연초 대비 17% 빠졌다. 대내외 상황을 수습하고 본질인 게임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앞세운 신작들의 성적도 부진하다.
실제로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상위권에는 넥슨의 신작을 찾아볼 수 없다. 출시 1년이 지난 '히트'와 2년을 넘긴 '피파온라인3M'이 10위권에 올랐을 뿐이다. 완성도 자체보다는 넥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 나온 신작 '삼국지조조전 온라인'(29위), '삼국지를 품다2 PK'(93위), 'M.O.E.'(111위), '카오스 크로니클'(114위) 등은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특히 대표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메이플스토리M'은 초반 상승세를 달리다 30위로 미끄러졌다. 경쟁사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신작으로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향후 온라인과 모바일 신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흥행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여론 악화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잠잠해지던 여론이 다시 넥슨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넥슨 내부에서도 차라리 유죄나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는 것이 나을 뻔 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