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재정확대와 통화완화 정책이 경제위기 극복에 큰 힘을 발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최근 정책연구보고서를 통해 "경기위축 상황에서 재정 확대나 통화완화 정책의 효과는 예상보다 강하다"고 밝혔다.
이는 WB가 남유럽국가(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재정위기 극복 경험을 분석한 결과로, WB는 이번 보고서에서 이를 포함 총 12가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정책에서 케인즈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WB는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재정을 확대할 경우, 케인즈 재정 승수는 예상보다 크다"며 "또한, 경기위축 때 민간부문이 총수요 회복을 견인하지 못할 경우 재정긴축을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정안정화정책 시행 시에는 재정지출 구성에 따라 그 효과가 상이했다.
재정건전화 과정에서는 경상지출(current expenditure) 절감이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 가장 효과적인 반면, 공공투자 축소 및 세금 인상을 통한 정책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
이에 WB는 "재정건전화 정책은 단기는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도 성장 회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적었다.
통화정책의 효과는 예상보다 강했고, 중앙은행은 다양한 정책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재정위기 시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상승 억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보수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했고, 남유럽국가 지원방식에 대한 회원국 간 의견 차이는 시장신뢰를 저하시켜 회복 지연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이후 ECB는 국채매입프로그램(SMP) 등을 통해 위기에 대응, 2015년 3월부터는 매달 6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WB는 "위기상황에서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물가상승 및 경기과열을 초래할지라도 단기적으로는 허용돼야 한다"며 "위기 극복 과정에서 통화정책은 성장을 뒷받침하고, 정부 개혁의 효과와 신뢰를 제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통화정책의 효과는 그 전달경로의 원활한 작동 여부와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에 달려있다"며 "정책목표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재정 시스템의 구조적 측면 또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 남유럽국가 위기 극복이 주는 시사점으로 WB는 '민간·공공부문의 과다한 부채는 위기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부채감축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는 시장 신뢰회복의 핵심이다', '수출은 저임금에 의한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오히려 임금하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꼽았다.
'과다채무로 인한 위기극복 과정에서 금융·공공기관의 재정건전화는 첫 단계일 뿐이며,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가계의 재무상태 개선이 중요하다'와 '금융부문의 과도한 성장은 가계·기업에 과유불급일 수 있다'도 세계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봤다.
아울러 WB는 "구조개혁의 효과는 위기 전후로 다르게 나타나며, 경기위축 및 재정건전화 과정에서의 임금 삭감은 성장을 촉진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기 시의 단기적 충격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산시장 호황기의 잠재성장률 상승 및 재정수지 흑자는 일시적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