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위기경보 격상과 함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 범정부적 대응에 나섰다. 다만, AI가 이미 전국적으로 퍼진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범정부 통합 체계를 구축, AI 조기 종식을 위해 총력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날 가축방역심의회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날부터 위기경보 단계를 현재 '경계' 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AI가 서해안 지역(경기, 충남북, 전남북)을 중심으로 지속 발생하고 있고, 지역 간 수평전파(안성-음성)가 확인됐으며, 살처분 마릿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야생철새의 도래 확대와 겨울철 소독여건 악화, 현장점검 결과 영남지역 산란계 밀집지역 등에서 발생 가능성 상존 등도 고려했다.
위기경보 '심각' 단계 격상에 따라 정부는 'AI 방역대책본부'를 'AI 중앙사고수습본부'로 전환했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농식품부에 설치하며, 본부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맡는다.
지자체에서는 이번 '심각' 단계 격상에 따라 AI가 발생한 지자체에 한해 설치됐던 '지역 재난안전 대책본부'를 모든 지자체에 설치한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AI 방역 관련 담화문 발표 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AI 방역 관련 담화문을 발표, "AI 차단방역을 위한 최고수준의 방역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현장 지원과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총력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선제적 예방조치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AI 사태가 거의 매년 일어나고 있음에도, 제대로된 예방은 커녕 뒷수습조차 때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7일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진된 이후, 약 한 달간 16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역대 최악의 AI로 알려진 2014년의 1400만 마리 매몰을 이미 넘어섰다.
이번 AI 바이러스는 H5N6형으로 2014년에 발생한 H5N8형 바이러스보다 병원성이 더 강하며 전파속도도 빠른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정작 방역에선 실패한 셈이다.
이와 관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AI 일일점검회의'에서 거점소독시설 미설치, GPS 미장착 차량운행, 가금농장 출입농장 세척 후 소독 불이행 등 가금류 종사자와 방역담당 공무원 등이 방역준칙을 철저하게 준수하지 않아 AI 확산을 증폭시키고 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황 권한대행은 "철저한 방역조치와 함께 AI 방역준칙 미준수, 도덕적 해이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벌해 AI 확산을 차단하는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그제서야 농식품부는 모든 가금류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축사를 출입할 때 전용신발과 방역복을 갈아입고, 소독을 실시토록 했다. 그 외 농가모임 금지 등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한편, 방역의무 이행에도 불구하고 AI가 발생한 농가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김 장관은 "AI 발생으로 많은 피해가 있어 안타깝게 생각하며, 방역과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무엇보다 농장단위 1차 방역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전국의 축산농가는 AI 바이러스가 농장 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방역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이번 조치에는 방역상 필요한 경우, 도축장과 사료공장 등 축산관련 시설 등의 잠정적인 폐쇄 조치도 포함된다. 피해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살처분 보상금, 생계안정자금 등 정책자금도 신속히 지원한다.
아울러 정부는 살처분 과정에서 현장 인력의 인체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위험군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투여, 개인보호장구 지급 등 철저한 예방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AI 조기 종식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사육농가 관리, 유통체계와 방역시스템 개선, 질병발생과 관리에 관한 연구개발 등 축산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대책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