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트럼프노믹스)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1조달러(12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미국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계획과 개인 및 법인에 대한 대대적인 감세 그리고 금융규제 완화 정책이다.
그러나 야심차게 내놓은 이 같은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지난 16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담을 통해 그의 정책이 새로운 투자 국면을 열어젖혔다는 평가와 함께 단지 경기 주기를 단축시키는 데 그칠 수도 있다는 대립되는 의견을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블룸버그> |
◆ "채권시장 진짜 변화.. 새로운 투자 국면 개시"
뉴욕 증시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강한 랠리를 펼쳐왔다. 최근에는 트럼프 랠리에 대한 피로감이 나타나면서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아직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여전하다.
존 어서스(John Authers) FT 수석 투자 컬럼니스트는 "트럼프의 당선은 브렉시트에 비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며 "진짜 놀라운 것은 투자자들이 순식간에 '트럼프'를 '성장'과 동일시하게 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당선 이후 한 연설에서는 어느 때보다 더 정치인 다운 면모가 돋보였다"며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계획이 호응을 얻었고, 상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불확실성이 걷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인세 인하는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호재"라며 "알짜 주식을 선택할 때 법인세가 언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기업들이 현재 내는 실질 세율이 얼마인지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앤 리처즈(Anne Richards) M&G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시장의 진짜 변화는 올해 하반기에 왔었다"며 "시작은 브렉시트였지만, 트럼프의 당선이 이를 확고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거의 마무리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재정 긴축에서 지출 쪽으로 선회하는 새로운 국면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올드 뮤추얼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리처드 벅스튼(Richard Buxton)은 "시장이 트럼프 당선에 왜 긍정적으로 화답했는지 너무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주는 메시지는 '제로금리 등 이것저것 시도해 봤지만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비생산적이었다. 결국엔 기업이 현금을 싸들고 본국으로 돌아와 투자하게 만들어야겠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가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투자자들로부터 너무 저평가돼 있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 "경기 주기 단축으로 끝날 수도"
다만 트럼프 정책 효과를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여럿 있었다.
스테파니 플랜더스(Stephanie Flanders) JP자산운용 수석시장전략가는 "트럼프의 정책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경기 사이클을 단축시킬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은 미국의 성장률을 높이는 대신 경기 주기를 단축하는 효과만 가져올 것"이라며 "결국 다음 번 경기 침체가 더 빨리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나선 거스리(Jonathan Guthrie) FT 시티 편집장도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세는 쉽지만, 인프라 투자를 통해 미국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트럼프는 미국에 만연한 소득 불평등을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당선됐으나, 결국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투자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존 어서스는 "인프라 투자에 지나치게 열광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를 주고 싶다"며 "오바마 행정부도 인프라 투자를 하려고 했으나, 하원에서 이를 6년 동안이나 막았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역시 인프라 투자에 대규모 지출하는 일이 가능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