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찬미 기자] 팔레스타인 영토 내 '이스라엘 정착촌'의 불법 동거를 눈 감아오던 미국이 처음으로 입장 변경을 표명했다.
지난 23일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졌다. 이에 해당 안건은 찬성14표·기권1표(미국)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왼쪽)가 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지고 있다. 이날 15개 회원국 대표들이 ‘이스라엘 정착촌 중단’ 결의안을 찬성 14표, 기권 1표(미국)로 통과시켰다. <사진=뉴시스> |
항상 ‘반대’표를 던져오던 미국이 '기권' 의사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결의안은 사실상 통과되지 않았다.
이로써 1979년 이래 처음으로 안보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령 안에 정착촌을 짓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회복하려면 모든 정착촌 건설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유엔의 결의에 팔레스타인과 아랍 국가들은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이스라엘은 강력히 반발하며 유엔과의 외교적 결속을 재고하겠다고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편파적이고 수치스러운 결정"이라며 유엔 기구에 대한 800만 달러(약100억원)의 분담금 중단을 즉각 지시했다.
이스라엘 주재 유엔 대표부의 존속을 포함, 유엔과의 모든 관계를 한 달 안에 재평가하라고 전달했다. 25일 밤엔 이례적으로 댄 샤피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소환했다.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한 14개국 대사들도 예루살렘 외무부로 불러 개별 회동을 갖기로 했다.
이에 친이스라엘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1월 20일 이후 유엔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결의안 채택 1시간 만에 자신의 트위터에 반대 입장을 전했다.
유엔 결의안은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반대 입장을 내세우면 이스라엘은 안보리 결의를 따르지 않아도 될 명분을 갖게 된다. 이에 A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나의 친구인 트럼프 당선자와 함께 일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 <사진=뉴시스> |
한편, 이스라엘 정착촌은 1947년 11월 유엔의 ‘팔레스타인 분할 결의’에 따라 할당된 아랍인 자치지역에 이스라엘이 무단으로 건설한 유대인 마을이다. 이스라엘은 정착촌 주민들에 대해 아파트 구입자금 대출 혜택, 토지 임대비 할인, 유치원 교육비 면제 등 더 큰 경제적 혜택을 주면서 정착촌 이주를 장려하고 있다.
이 곳은 팔레스타인 영역이지만, 이스라엘은 자국 법을 인정하고 있다. 한 영토 내 두 개의 서로 다른 법 체계가 존재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다.
[뉴스핌 Newspim] 오찬미 기자 (ohnew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