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대한해운이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노선을 독자적으로 인수하는데 실패했다. 대신 대한해운의 모회사인 삼라마이더스(SM)그룹은 그룹계열사들이 출자한 신설법인 'SM상선'을 통해 인수를 추진키로 했다.
대한해운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소재 SM R&D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갖고 한진해운 태평양노선 관련 영업양수도 승인 안건을 올렸으나 출석주식 1503만9018주 중 찬성이 1.8%에 그치면서 부결됐다. <사진=조인영 기자> |
대한해운은 3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소재 SM R&D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갖고 한진해운 태평양노선 관련 영업양수도 승인 안건을 올렸으나 출석주식 1503만9018주 중 1.8%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유동성 위험과 주가하락을 우려한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인수안건에 부결된 것.
이날 주총에 참석한 대한해운 대주주인 케이엘홀딩스2호의 위임인은 "대한해운은 벌크화물 전문선사로 컨테이너 운영에는 경험이 없다"면서 "본계약의 체결 주체가 된다면 유동성 위험과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가치 손실로 이어져 반대한다"고 밝혔다. 케이엘홀딩스2호는 대한해운 지분 16.17%를 갖고 있다.
대한해운이 단독진행한 한진해운 자산 인수가 불발되면서 SM그룹은 비상장사인 'SM상선'을 통해 영업양수도의 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김용완 대한해운 부회장은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LOI(투자의향서) 제출 이후로 실사 기간이 부족했다. 리스크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안건 부결 가능성을 감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용완 부회장은 이어 "다만 계약서 15조에는 SPC(특수목적법인)나 별도 법인이 이양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SM계열사들이 참여하는 SM상선을 설립해 컨테이너 사업을 하는 것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하나의 방법이고, 그룹 차원에서도 성공적인 컨테이너 사업을 위해 그렇게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부회장은 인수 주체가 대한해운이 아닌 SM상선으로 변경되지만 출범 시기와 인수가액은 전과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한진해운 미주노선 인수금액은 당초 370억원 보다 약 95억원 낮아진 275억원4600만원이다. 한진해운 중국 현지법인에서 발생한 1000억원의 우발채무가 주 요인으로, 대한해운은 중국을 비롯해 인수 검토 대상이던 미국과 베트남 등 중 7개국 소재 자회사 인수를 포기했다.
인수 대상도 한진해운 태평양노선 관련 영업 및 운영고객관리정보와 홍콩 소재 자회사, 물류운영시스템 등의 물적 자산 및 관련 인적 조직 등을 포함한 사업, 황해정기선사협의회 항권, 한국근해수송협의회 항권으로 변경했다.
이날 주총 분위기는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주주들의 발언으로 1시간 가량 소요됐다.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경사스러운 날에 마실 물도 준비 안했다" "주주에게 불손하게 대했다" "영업양수도 관련 준비 서류가 매우 미비하다" "대표이사 성함과 직원 수는 몇 명이냐" 등의 질문으로 주총진행을 껄끄럽게 했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경영진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결과 경영이라는 것은 장래 비전이 있어야 한다. 벌크선사만 갖고는 대한해운에 한계가 있다"며 "한계를 넘어 향후 업종포트폴리오에 국내 해운업 뿐 아니라 글로벌 해운사가 되기 위해 어떤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할 지 논의를 거듭한 결과, 한진해운을 기회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