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유미 기자]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1년 유예와 이후 국·검정 혼용 방안을 추진하면서, 올해 해당 교과서를 시범 사용할 연구학교 학생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명 '역사 교과서 국정화금지법'이 내달 통과 처리될 경우, 국정 교과서 사용이 금지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1월 28일에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사진=뉴시스> |
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3일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3·6·7조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4일부터 24일까지다. 개정안은 기존 학교에서 국정 교과서만을 선택하도록 제한했던 것을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중 원하는 교과서로 선정할 수 있도록 바꿨다.
검정실시 공고도 '최초 교과서 사용 학년 1년 6개월 이전'에 하도록 명시했던 것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공고기간을 달리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2018년도 3월부터 검정교과서 사용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교육부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올해 연구학교 선정해 국정교과서를 시범 사용하도록 하고 내년부터는 국·검정 혼용하겠다는 방침을 적극 추진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같은 적극 행보와는 다르게 교육부가 국정화 교과서 금지 법안 통과로 해당 교과서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 (이하 국정화교과서 금지법안)이 국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다음달 23일이 되면 해당 법안의 안건조정 절차가 끝난다.
이렇게 되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데 교문위는 야당 의원이 16명으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10명보다 많아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회 안팎의 시각이다. 국정화 교과서가 사용되기도 전에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같은 '백지화 우려'는 지난해 11월 유성엽 교문위원장도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내년 3월에 국정화 역사교과서 사용을 못할 수도 있는 만큼 교육부는 국정교과서가 저지 당했을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를 해놔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됐을 경우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곳은 올해 국정화 교과서 시범 사용을 희망한 연구학교들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방안을 발표하면서 일정 기간 연구학교 수요 조사를 한 뒤 연구학교를 선정해 올해 국정교과서를 시범 사용하도록 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연구학교들이 국정화 교과서를 신청했다가 3월 새학기 직전 역사교과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달이나 다음달에 연구학교 신청을 받아 국정 교과서 배포를 결정했다가 이를 취소하게 되면 검정교과서 선택과 배포에 1~2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아직 마련해 놓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화 교과서가 백지화됐을 경우에 대한 방안 등은 2월 중에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지난달 27일 발표한 현장적용 방안 후속으로 교과서 다양성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니 그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의 역사과목 교사들은 교육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무책임한 처사다"며 "교과서 계약 시기가 있는데 그 전에 법이 통과돼 국정화 교과서 무효화가 되든 그 이후에 무효화가 되든 연구학교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