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 가운데 하나인 뉴욕 맨해튼의 고가 주택 가격이 4년래 최대 폭으로 하락해 주목된다.
매도자들이 호가를 떨어뜨리고 있어 부동산 한파가 지속될 조짐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맨해튼 센트럴파트 주변의 고가 건물 <출처=블룸버그> |
4일(현지시각) 부동산 중개 업체 밀러 사무엘과 더글러스 엘리만 리얼 에스테이트에 따르면 맨해튼 기존 주택 가격 중간값이 지난해 4분기 9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에 비해 6.3% 하락했다.
이는 2012년 3분기 이후 최대 낙폭이며, 연율 기준으로 맨해튼 집값이 떨어진 것은 2015년 초 이후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 매매가 5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수년간 매도자들이 공격적으로 호가를 높이면서 가격이 치솟았고, 이 때문에 잠재 투자자들이 매입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 4분기 매매가 체결된 주택 가격의 매도 호가 대비 할인율이 평균 4.7%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 평균치인 3.1%에서 상당폭 뛴 수치다.
또 4분기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된 주택의 비중은 13%로 1년 전 29%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종 매매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80일로, 전년 동기 71일에서 10% 이상 늘어났다.
일부 투자자들은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정점을 찍은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더 이상 매도자 시장으로 보기 어렵고, 고가에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던 매수 열기를 더 이상 목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밀러 사무엘의 조나단 밀러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에도 주택이 팔렸던 시기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정직한 가격이 아니면 매매가 어려워졌고, 매수자의 협상력이 보다 강화됐다”고 전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코코란 그룹의 파밀라 리브만 최고경영자 역시 “주택시장에서 매수자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호가를 낮추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비현실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매가 체결됐지만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맨해튼에서도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첼시의 한 코업 아파트는 매도 호가에서 30% 낮춘 가격에 매매가 체결됐다. 매도자는 한 달 사이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떨어뜨린 뒤에야 아파트를 팔 수 있었다.
맨해튼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본격적으로 가라앉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투자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가격이 단시일 안에 상승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내림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잠재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꺾인 데다 주택 공급이 대폭 늘어나 수급 측면에서도 하락 압박이 높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신규 아파트 공급이 3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