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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글로벌 채권 시장의 변동성에 증폭기 같은 역할을 했다. 부풀어 오른 물가 상승 기대감은 금리 상승으로 직결됐고 30년 간 이어져 온 황소장은 종말을 맞는 듯했다.
이에 따라 채권 투자 전략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이제 패시브 시대는 지고 수익이 나는 곳이면 어디든 투자하는 무제약(unconstrained) 전략이 올해를 점령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조나단 바이너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는 무제약 채권 펀드의 부활이 될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금리 상승 위험에 매우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보도했다.
장기채 비중을 줄이고 고수익(하이일드)채, 통화, 원자재, 파생상품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얻는 무제약 펀드는 지난 2013년 금리 상승 시기에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투자 방법이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한 패시브 상품이 등장하면서 침체기를 걸었다. 무제약 펀드는 패시브 상품과 달리 특정하게 추종하거나 기준으로 삼는 자산 가격이나 지수, 이른바 벤치마크(benchmark)가 없는게 특징이다.
펀드 정보 제공업체 모닝스타(Morningstar)에 따르면 작년 첫 11개월동안 무제약 펀드의 환매 규모는 210억달러에 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아직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무제약 펀드 자금 유입 시기별 그래프 <자료=블룸버그통신, 모닝스타> |
◆ 무제약펀드 작년 성과 5.2% vs. 글로벌 채권 2%
하지만 성과는 달랐다. 지난해 하반기 채권 시장 투매세에도 불구하고 무제약 펀드는 작년 평균 5.15%의 수익을 올렸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채권종합지수가 2.1%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투자자들이 비전통적 채권 펀드인 무제약 펀드에 투자금을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매니저는 "사람들은 채권시장에서 낮은 변동성 가진 피난처를 찾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과 변동성 증가로 무제약 펀드를 선택하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제약 전략을 사용하는 운용역들은 저마다 다른 포트폴리오 형태를 취하고 있다. 라이더 매니저는 물가연동채와 달러를 매입하고 있는 반면, 유럽의 금리 상품에 대해선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자산유동화증권(ABS)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을 추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웨스턴자산운용의 마이클 뷰캐넌 부 CIO는 하이일드 채권보다 위험도이 낮은 선순위 변동금리부 뱅크론과 최근 디폴트 여파에서 살아남은 원자재·에너지 회사들의 채권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뷰캐넌 CIO는 "2017년은 무제약 전략의 성과가 좋은 한 해가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올해 채권시장, 프로와 가짜 매니저 가려낸다"
대형운용사 매니저들의 이 같은 자신감은 채권 시장 약세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만큼 위험도 뒤따른다.
무제약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JP모간자산운용의 밥 미셸 CIO는 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4차례의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재 2.46% 내외를 기록 중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5%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다.
그 결과 펀드의 듀레이션(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 변화 민감도)을 6개월로 줄였다고 미셸 CIO는 말했다. 야누스 글로벌 무제약 채권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빌 그로스도 무제약 펀드를 "장기적인 약세장을 예상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전문 운용역들은 올 한 해야 말로 채권 시장에서 프로와 가짜 매니저를 구분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호언 장담했다. 바이너 CIO는 이 같이 말하며 "앞으로 더 많은 혼란의 시기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더 많은 변동성이 액티브 매니저들에게 좋은 환경이다. 그러나 액티브 매니저가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동으로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그만큼 기회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야누스의 빌 그로스 채권매니저는 시장의 출렁거림이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