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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따뜻한 보수의 길

기사등록 : 2017-01-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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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총선을 앞둔 시점, 집권 여당의 한 관계자는 “왜 저러지? 전화 몇통 돌리면 되는데”라고 말한다. 일부 야당 후보들이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펀드를 만든 데 대한 반응이다. 이 펀드는 유시민 전 의원이 최초로 만들었다.

탈당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이게 보수당이라고 일컫는 새누리당의 현실이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2당으로 전락했다.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새누리당은 공중분해 위기에 놓였다. 공중분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을 뛰쳐나간 개혁보수신당은 진짜 보수, 따뜻한 보수, 깨끗한 보수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를 찾지 못해 안달이다.

1834년 결성된 영국의 보수당(전신 토리당은 1678년 결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대지주와 귀족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태어난 보수당은 격변기에도 살아남았다.

구질서에 얽매이지 않았다. 시대적 흐름을 유연하게 수용하면서 노선을 전환했다. 한국의 보수세력도 서민과 중산층을 외친다. 하지만 진심이라고 믿지 않는다. 전화 몇통 돌려서 선거자금 마련하면 된다는 이 말을 곱씹게 만든다.

보수는 현상유지를 지향한다. 전통과 관습을 중시한다. 이렇게 되면 수구세력이 된다. 영국의 보수당은 유연했다. 변화를 거부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변하면 살지만,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이건 진리다.

진짜이면서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는 자유와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고 가족의 가치와 공동체 통합을 강조한다. 또 국가안보와 국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문화와 전통 그리고 무형의 가치를 존중한다. 그러면서 경제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고민한다.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핌-뉴시스>

무늬만 보수는 달랐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더 해먹을 게 없을까 눈을 밝혔다.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지 않고 소홀했다. 기득권의 이해를 대변하고, 병역의무를 기피하고, 법치주의를 주장하면서 법과 질서를 외면하고, 불공정에 관대하고, 민생에 무능했다. 상식과 전혀 다른 행동을 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희생한 국민에게 돌아온 것은 고통 뿐이다. 양극화와 몰락 중산층, 배경이 성공을 좌우하는 현실, 집집마다 워킹푸어와 하우스푸어다.

전환기 영국의 보수당은 탁월한 지도자들이 당을 이끌었다. 신흥 상공업 중산층과 노동자를 포용했다.

13년 야당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2010년 재집권에 성공한 보수당의 리더는 서른아홉의 데이비드 캐머런이었다. 기후변화와 동성애자 권리 등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문제와 사회정의도 피하지 않았다. 이념에 얽매이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도 이념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보수의 자기혁신은 늘 보수세력의 결집을 위한 선거 전략용이었다. 정략적 쇄신론에 불과했다. 기득권은 넘사벽이었다.

유권자 성향을 볼 때, 하나된 한국 보수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보수당은 냉전수구세력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제1 공약은 ‘경제민주화’였다. 부자 기득권의 보수, 수구꼴통 보수가 아니었다. 서민을 보듬는 따뜻한 보수였다.

대통령 박근혜는 국민이 탄핵했다. 그렇다고 보수의 종말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지, 보수의 몰락은 아니다. 따뜻해야, 사람들이 보수를 믿는다.

 

 

 

 

[뉴스핌 Newspim] 사회부장 조동석 (dsch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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