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예고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원·투펀치'를 맞은 동남아시아 증시가 최근 다시 기지개를 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 연준이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뒤 무너져 내린 동남아증시는 최근 2주간 가파른 반등세를 나타냈다. 필리핀종합주가지수(PSEi)는 지난달 12월 23일 이후 11% 상승했고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종합주가지수는 5.7% 뛰었다. 같은 기간 태국 증시는 재작년 3월 이후 최대폭으로 올랐으며 말레이시아 증시는 2개월 최고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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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중국 정부의 보호무역을 둘러싼 갈등이 확대되자 투자자들은 아시아권에서 발을 뺐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들은 내수 지향적인 동남아 경제 특징을 고려할 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북 아시아권 증시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오히려 차기 미국 행정부와 중국과의 갈등은 동남아 증시에 혜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으로 향했던 투자금이 무역 장벽을 피하기 위해 동남아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 이익 증가 기대감도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스탠다드차타드(SC)의 클리크 맥도넬 신흥시장 주식 전략가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격동의 시기에서 좋은 피난처로 보인다"며 "인도네시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낮고 증시에서 내수 지향 산업의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 전망이 다소 온건하게 바뀐 점도 강세론을 뒷받침하는 이유다. 최근 2주간 펼쳐진 '브이(V)' 형태의 반등은 연준의 비둘기(Dovish, 완화적) 태도를 발판으로 삼고 있다. 지난 4일 연준은 공개한 12월 FOMC 의사록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올해 3차례 금리 인상 전망이 확실한 기반을 가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최근 달러화 가치는 14년 최고점에서 일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리핀 최대 은행 BDO유니뱅크의 프레데리코 오캄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모든 것은 달러화 약세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근 9년 만에 가장 저렴해진 밸류에이션도 매수 매력을 부각시키는 이유다. 향후 12개월 이익 예상치를 기반으로 한 MSCI동남아지수의 주가수익배율(PER)과 MSCI 전세계지수와의 차이는 2008년 이후 최저치로 좁혀졌다. 지난 8월 15.3배로 최고치를 기록한 동남아증시의 PER은 지난 12월 23일 14.2배까지 내려간 바 있다.
BBL자산운용의 보라 반 타라품 CIO는 "아시아 기업들의 기초체력은 탄탄하고 가치 평가 수준도 저렴하다"며 "미국 경제가 시장 기대치를 중족시키지 못하면 자본은 동남아로 다시 흘러들어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