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합병 과정에서 위법성과 주주의 피해사실이 드러날 경우 합병이 무효로 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6부(함종식 부장판사)는 구 삼성물산의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12월 15일 선고공판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특검이 수사를 하면서 선고를 연기하고 오는 3월 20일 변론기일을 가질 예정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0일 오전 9시30분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죄 피의자로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소환한다.
이 부회장이 사정당국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온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9년만이다. 당시 소환도 삼성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당시에는 경영권 부당 승계 관련 4건의 고소·고발이 모두 무혐의 처리됐지만, 이번은 다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이 본수사 개시 초반부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삼성 합병 의혹' 관련 참고인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특검의 수사 패턴을 고려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역시 그간 복지부, 국민연금,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끝에 기소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특검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회사에 지원한 94억원 ▲최씨 회사에 지원한 220억원 ▲최씨 딸 정유라씨의 독일 승마 훈련 지원 등 최씨 일가 지원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이 부회장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 수사를 통해 이 부회장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 16부(함종식 부장판사)는 당초 지난해 12월 15일 선고공판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특검 수사개시에 따라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선고를 연기하고 오는 3월 20일 변론기일을 갖기로 정했다.
재판부는 "삼성 합병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수사 결과를 확인한 후 심리를 거칠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해당 소송은 구 삼성물산 주주인 일성신약을 비롯 일부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합병 당시 합병 비율(1대 0.35)이 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연금 의결권자문위원회와 외부 자문사들이 합병에 반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재판부가 특검 수사 결과를 보고 이 부회장의 불법적인 행위가 합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경우 적어도 합병 비율 조정 판결을 통해 구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갈 경우 원고 측의 소송취지대로 아예 합병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선례가 많지 않아 재판부가 합병 무효라는 극단적인 판결을 내릴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소환과 이어질 기소 등이 판결에 영향을 줄 것은 확실하다"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