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최근 식음료 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 눈치를 보던 업체들이 최순실 사태로 어수선한 정권 말기에 너도나도 가격 인상에 동참하고 있어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가격이 인상된 음식료 제품류로는 라면 빵 과자 맥주 소주 콜라 참치캔 등이 있다.
지난해 연말 대표적인 서민음식 라면 시장의 선두 농심이 18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파리바게뜨는 2년 10개월 만에 193개 품목의 값을 평균 6.6% 올렸다.
앞서 오비맥주는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약 6%, 코카-콜라음료는 코카콜라와 환타 등 2개 탄산음료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5% 올렸다. 파리바게뜨도 생크림 케익 등 일부 품목에 대해 평균 가격을 6.6% 인상했다. 최근에는 동원F&B가 참치캔 가격도 평균5.1% 올렸다.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데다 물류비나, 인건비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고민 끝에 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를 보는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대개 기업들은 정권 말기 가격 인상을 단행해 왔다. 대선정국이었던 과거 2012년 말부터 2013년 1월 사이에도 소주와 맥주, 참치캔, 두부 값이 줄인상된 적이 있다.
신임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눈치보느라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다가 정권 말기 분위기가 느슨해진 틈을 노리는 것이다. 이를 '레임덕 물가'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식품료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 가격인상을 할 때 임대료와 인건비가 중요한 고려요인"이라며 "원재료에 들어가는 것 중 일부 가격이 뛰었다고 가격을 인상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품목들이 이 같은 분위기에 기습인상 했다는 눈치를 받고 있다.
최근 편의점 업체가 올린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이 그렇다. 지난 1일부터 정부가 빈병 보증금을 올리면서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가 소주와 맥주값을 인상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 가격은 각각 1800원에서 1900원으로 100원 올렸다. 카스와 하이트맥주 500ml 짜리는 1850원에서 1900원, 1800원에서 19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하지만, 소주의 빈병 보증금은 40원에서 100원으로 60원, 맥주는 50원에서 130원으로 80원 인상했다. 빈병 보증금 인상분보다 소주와 맥주값이 더 오르면서 묻어가기 인상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보증금 인상분보다 가격 인상폭이 더 컸기 때문에 인상에 대한 논란이 나온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편의점 업황의 특성상 가격을 책정할 때 10원이 아닌 100원 단위로 책정하기 때문에 인상도 100원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정치적 혼란시기에 가격 인상이 앞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국제 운송비가 증가해 곡물가도 오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면서도 "정권이 바뀔때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업체들이 지금 아니면 인상을 또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에도 정권이 바뀌는 시점을 기준으로 1년 전이나 후 사이에 음식료품 소지마 물가 상승이 진행됐다"며 "물가 인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