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나래 기자] '문과든 이과든 돌고돌아 결국 치킨집' '기승전(起承轉)치킨집'
한국의 직장인이 (명예)퇴직 후 치킨집 창업을 가장 많이한다는 데서 유래된 우스갯소리다.
일본에선 라멘집이다. 도쿄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전철역 주변이나 거리엔 라멘집이 즐비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의 치킨집 만큼 일본의 라멘집도 폐점이 잦다. 한 통계에 따르면 폐점한 라멘집의 40%가 개업한 지 1년 이내고, 70%가 3년 이내였다.
창업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으니 창업할 때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기도 어렵다. 일본은 아예 지난 2007년에 대금업법을 개정해 규정을 만들었다. 자영업자의 경우 연수입의 1/3을 넘는 대출은 금지한다. 다만, 1/3을 넘는 대출도 사업실적이나 사업계획을 검토해 변제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일본의 법 규정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구입시 적용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과 비슷하다. 사전적 규제를 충실히 하고, 리스크(위험)를 금융회사가 판단하도록 했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자영업자의 사업에 대한 미래지향적 기준이 포함된 시스템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은행권에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여신심사 모형을 구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영업자 지원 및 대출 관리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예를 들어 치킨집이나 커피숍 등이 밀집한 지역에 같은 업종으로 창업하려면 은행 대출금리가 올라가거나 대출한도가 줄어들게하는 방식이다. 포화상태인 과밀업종과 과밀지역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는 방식이다.
이에 현장에선 매출액 등 금융권의 빅데이터와 상권정보시스템으로 산출된 수치로 창업 적합성을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의 성공 여부는 업종이나 지역 선정이 중요할 수 있지만 개인의 아이디어나 사업 수완 등 수많은 요소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자영업자의 대출 리스크 관리는 사실상 '상행위 규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한 대학교수는 "관의 개입이 지나치다"라며 "여신심사 내부 관리모형 정교화라는 명분 아래 당국이 선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그는 "관의 역할은 가이드라인 제시나 DTI 등 사전적 감독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며 "대출의 적정성 판단은 각 금융기관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가 자영업자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구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은행은 건정성과 수익성을 위한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 최적의 판단을 해야 한다. 당국은 시스템 구축을 잘 하는지 여부를 관리 감독하면 된다.
과밀업종과 과밀지역 규제는 관에게 너무 손쉬운 반면 창업자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기를 살려주기엔 미흡한 방법이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