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지현 기자] 신세계가 남매 분리경영에 나선지 1년여 만에 10대그룹에 첫 입성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이마트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신세계로 나눠 책임경영체제를 완성한 것이 이번 쾌거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18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작년 3분기 기준 재계순위(자산 기준)는 10위로, 전년 13위에서 3계단 상승했다. 1997년 삼성그룹에서 분리ㆍ독립한 신세계 10대그룹 반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 35개 계열사의 자산은 총 32조977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8120억원(13.1%) 증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 좌측),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 사장(사진 우측). <사진=신세계그룹> |
재계는 남매의 분리경영을 통한 사업집중도가 신세계그룹 전체 성장을 견인한 주요 원동력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5년 12월 조직 개편을 통해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하며 '정용진 마트사업 vs 정유경 백화점 사업'으로 교통 정리했다. 이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각자 보유하던 신세계,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서로 얽혀있던 지분관계까지 완전히 청산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조선호텔, 신세계푸드, 스타벅스 코리아 등 이마트 부문을,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널,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사이먼 등 백화점 부문을 담당하며 책임경영 구도를 완성했다.
책임 분리경영 실시 1년, 남매 경영성적표는 'A+급'이다. 우선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 개장을 통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보였던 복합쇼핑몰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스타필드 하남은 100일 동안 누적 방문객 740만명을 기록하며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또 삼성동 코엑스몰 운영사업권을 따냈고 반포 센트럴시티까지 잇는 강남권 벨트 구축하기도 했다. 향후에는 고양 삼송, 안성, 인천 청라와 송도, 부천 등에도 스타필드 하남과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을 추가로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 부회장이 추진했던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피코크 등 다양한 실험도 성공작으로 꼽힌다. 남성들의 놀이터를 표방한 일렉트로마트는 체험형 가전전문점의 완성작으로 로드숍까지 진출했고, 피코크는 값싼 제품이라는 인식이 컸던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프리미엄'으로 바꿔놓았다.
재계는 정 부회장이 현금창출원인 이마트를 통해 자체브랜드, 복합쇼핑몰, 편의점 등 ‘정용진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유경 총괄사장 역시 취임 이후 '자이언트 신세계'를 내세워 공격경영을 펼쳤다. 강남점·부산센텀시티점 증축 및 대구점·김해점 오픈 등 '백화점 확장 프로젝트'와 면세점 명동점 개장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마무리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백화점 업계의 성장둔화가 이어진 상황에서 지난 2월 중축부 오픈 이후 5개월간 매출이 28.6%의 신장을 기록했으며, 대구점 역시 오픈 첫 주말에만 100만명, 개장 한달간 500만명이 방문하는 순항을 거듭하는 중이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역시 지난해 9월 기준 한달 매출이 4474만달러(508억원 상당)로 신규면세점 가운데 1위를 기록한데 더해 올해 주요 명품업체 입점이 완료되면 일 매출 40억달러로 흑자전환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여기에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강남점 자리에 제2시내면세점 특허까지 획득하면서, 면세업계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백화점에 이은 면세점 시장안착으로 '제2의 면세업계 강자'가 탄생할 것이란 시선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 부회장은 평소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혁신적인 실험정신'을 실천했고, 본격적인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첫해였던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 확장 프로젝트와 면세점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남매의 분리를 통한 경영집중도가 그룹 전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