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의 트럼프 랠리가 한풀 꺾이면서 공약 이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압박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유럽으로 잰걸음을 하고 있다.
유럽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올해 경제 펀더멘털과 기업 이익이 호조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 매력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로화 <사진=블룸버그> |
1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2만선 돌파를 수 차례 저울질했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1개월 이상 ‘게걸음’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다우존스 지수의 상하단 거리가 불과 1.4%로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이행을 확인할 때까지 관망하자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가가 교착 국면에 빠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월간 지수의 상하단 간극이 평균 6~7%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1개월 사이 주가 움직임은 지극히 예외적이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의견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변동성 급등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S&P500 종목의 상관관계가 5% 아래로 하락,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밀린 것으로 파악됐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값싼 유동성에 기대 전반적인 증시가 상승 기류를 탔던 논리가 트럼프 당선자의 승리를 계기로 종료, 투자자들 사이에 숲보다 나무를 보는 전략이 확산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걷잡을 수 없었던 미국의 주가 상승 열기가 식은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유로존 주식 순매수가 1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유로존 주식의 매수가 매도에 비해 17% 높다는 의미다.
또 이는 지난달 1%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리스크에도 투자자들이 영국 주식을 적극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로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은 데다 유로화 약세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기업 이익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BofA-메릴린치는 판단했다.
이와 함께 금리인상 가속화에 나선 연준과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이 여전히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트럼프 랠리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약의 구체성과 이행 의지가 확인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투자자들은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자의 공식 취임 이후 1조달러 인프라 투자와 세금 인하 등 주가 랠리에 불을 당긴 공약의 추진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BofA-메릴린치 조사에서 펀드매니저들은 이머징마켓의 주식과 원자재 비중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품시장의 경우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리스크에 크게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