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을 면하면서 삼성그룹은 리더십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다만 이 부회장을 둘러싼 장기간의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법원은 430여억원의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특검이 향후 구속영장 재청구나, 불구속 기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있는 만큼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지난해 9월 검찰은 롯데그룹 비리 수사 당시 신동빈 롯데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삼성의 관심은 향후 진행될 재판에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기소될 경우 재판에서 특검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진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 삼성은 검찰 수사때부터 내부 법무팀과 외부 변호인단으로 최정예 변호인력을 꾸려 법리공방을 준비해왔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대가로 최순실 측에 승마를 지원했고, 청와대가 이 과정에 개입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조종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과 승마 지원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며, 강요에 의해 지원이 이뤄졌으니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논리로 첨예하게 맞섰다.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던 특검 입장에서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앞으로 재판이 치열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특히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 합병과 승마 지원의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삼성물산 합병이 승마 지원보다 먼저 이뤄졌다는 점에서 분명한 대가 관계가 입증돼야 하는 '제3자 뇌물죄'로 보기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법리적 공방이 치열할 만큼 재판이 수년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까지 갈 것을 감안하면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실제로 재벌 총수 재판에 대한 과거 사례를 보면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는 2~3년이 소요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재판은 대법원 파기환송심을 거쳐 기소 3년1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심만 1년간 진행됐다. 대법원에서 최종 형이 확정될때까지 2년1개월이 걸렸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의 비리 혐의에 대한 재판은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이기 때문에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